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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기자24시] 홍종학 장관과 수제맥주, 그리고 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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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수많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장관으로 임명되는 데 힘이 되었던 것은 그가 의원 시절 했던 맥주 관련 규제 완화 덕분이다.

수제맥주 업계에서 그는 '맥주 대통령'으로 불리며 그의 이름을 딴 맥주를 만들기까지 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수제맥주 창업에 뛰어들고 중소기업(스타트업)이 생겨날 수 있었다.

홍 장관은 수제맥주 업계와 달리 면세점 업계에서는 '홍종학법'으로 악명이 높다. 의원 시절 면세점 면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관세법 개정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면세점에 대한 규제로 사라진 일자리는 차치하더라도 면세점 산업의 규제가 과연 중소기업에 유리한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면세점'이라는 딱지가 오히려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은 아닐까.

지금 중기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최우선 과제는 규제 완화다. 홍 장관은 수제맥주에서 했던 것처럼 모든 산업에서 중소기업에 불리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 규제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존재만으로 중소기업에 차별이 되는 규제가 많다. 일례로 새로운 레시피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2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특징인 수제맥주회사들에 불리한 규제다. 이는 지역 특산물을 바탕으로 한 맥주를 만드는 데도 장벽이 된다.

중소기업을 대기업과 평등한 운동장에 올려놓고 대기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대기업에도 좋다. 스타트업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고 이 기업이 유망하다면 직접 인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사는 것은 인력 빼가기보다 훨씬 긍정적인 일이다.

요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정부로부터 큰 지원을 기대하지 않는다. 정부 돈이 들어간 벤처캐피털의 돈은 받지 않겠다는 곳도 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바라는 것은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작다는 것과 새롭다는 것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엄청난 무기다. 이런 무기를 모두 무력화시키는 것이 규제다.

[유통경제부 = 이덕주 기자 mrdjle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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