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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영국서 법의학 검사 결과 대규모 조작으로 혼란과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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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및 음주 복용 검사 결과 1만건 이상 조작 의심받아

연합뉴스

혈액 검사를 위한 채혈.[기사 본문 특정 내용과는 관계 없음]
[연합뉴스TV 캡처 자료 화면]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영국에서 민간 법의학 검사 업체들이 검사결과를 조작해온 혐의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12년 국립법과학연구소(FSS)를 없애고 증거 분석·감정업무를 민간과 지방경찰청에 넘겨 민간 업체가 대부분 이를 맡고 있다.

BBC방송과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현재 조작 의심을 받는 검사 결과가 최소 1만건 이상이며 수사 결과에 따라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마약과 알코올 등 복용 여부 검사 결과에 따라 민·형사 사건의 사법 처리 결과가 달라지고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거나 범죄자가 무죄 또는 형 경감 판결 등을 받을 수도 있다.

조작 파문으로 이미 마약 복용 상태 운전 혐의 사건 재판 50여 건이 중단·연기되거나 기각된 상태다. 앞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날 조작 규모에 따라 이미 판결이 난 사건을 포함해 수많은 사건의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어 사법 시스템에도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검사업체 중 하나인 '랜독스 검사 서비스'(RTS)가 마약 복용 여부 검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지난 2월 경찰에 적발되면서다. 이 업체는 지난 2012년 이전부터 부실 검사와 조작을 해온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경찰은 이 회사 관계자 2명을 구속했으며, 언론의 추적이 시작되자 21일(현지시간) 현재까지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조작 가능성이 있는 RTS의 검사 결과는 1만 건이 넘는다면서 이 가운데 75%는 마약이나 알코올 복용 후 운전 같은 도로교통법 위반 사건이지만 강간·살인·폭력 같은 중범죄와 의문사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또 트리메가라는 업체 역시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트리메가가 2010~2014년 시행한 검사 결과 역시 현재 '잠재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취급받고 있으며, 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트리메가 역시 조작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규모와 파장이 더 커질 수 잇다이 회사에 감정을 의뢰해온 '소년 보호 및 가정 법원' 등의 민·형사 사건들을 대거 재심해야 할 수 있다.

문제는 밀린 검사업무 때문에 올해 안에 법의학적 재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1천500건에 불과하며, 모두 재조사하기까지 1~3년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재검사 물량 때문에 신규 검사가 늦어지는 경우도 이미 있다.

경찰은 그러나 업체들의 기록 보존이 매우 부실한데다, 증거물인 혈액샘플의 보존상태가 좋지 않거나 잔류량이 너무 적어 재검사를 통한 조작 여부 확인이 불가능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국 언론은 트리메가와 랜독스 등은 이미 2012년부터 몇몇 사건 재판에 제출한 검사 결과가 정확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실수'라고 해명, 법원의 경고를 받은 바 있다면서 법의학 검사업체 감독 당국 등의 태만이 화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또 노동당은 보수당 정부의 무분별한 민영화와 국립기관 폐쇄 및 민간업체 육성책에도 책임이 있다며 공격하고 나섰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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