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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취재파일] "부상도…부담도…문제 없어요" 농구 대표팀 맏형과 막내의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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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대표팀에 새롭게 합류한 양희종, 허훈과 인터뷰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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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뉴질랜드로 출국에 앞서 출정식을 가진 농구대표팀

허재 감독이 이끄는 농구 대표팀이 내일(23일) 뉴질랜드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국제농구연맹 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에 돌입합니다. 2019년 중국에서 열릴 월드컵 본선 참가팀을 가리는 이 대회는 한 지역에서 치러졌던 이전과 달리 처음으로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며, 1,2라운드를 거쳐 7개의 본선 진출 팀을 가립니다.

지난 8월 아시아컵에서 화끈한 공격 농구를 자랑하며 경기 내용과 성적(3위)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은 우리 대표팀은 당시 전력에서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아시아컵에 출전했던 12명의 선수 가운데 9명은 그대로이고 3명만 바꿨는데, 발목 부상을 당한 김선형을 대신해 김시래를 선발한 것을 고려하면 양희종(←임동섭)과 허훈(←양홍석)만 경기력 향상을 위해 새롭게 뽑은 셈입니다.

이번 대표팀이 본격적인 소집 훈련에 들어간 지난 15일 진천 선수촌을 찾아가 새 얼굴이자 최고참인 양희종과 막내 허훈을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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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살 맏형, '상남자' 양희종 "부상도 문제 없다"

양희종은 2014년 월드컵 본선과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문태종과 김주성, 양동근 등 선배들이 상당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팀 내 최고참이자 주장의 역할도 맡았습니다.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지만 양희종은 기꺼이 이를 떠안았습니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희생을 감수했습니다.

지난 4일 소속팀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맞은 양희종은 코뼈가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곧바로 복합골절 수술을 받았는데, 최소 1개월 정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당연히 대표팀 합류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양희종 본인이 안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라도 뛰겠다고 강력하게 의사를 밝혔습니다.

허재 감독은 태극마크에 대한 양희종의 의지에 깜짝 놀랐고 그의 희생정신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며, 특유의 허슬 플레이와 승부처에서 터뜨려 주는 한 방에 기대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시즌 소속팀 인삼공사의 주장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베테랑의 존재는 대표팀에게도 큰 힘이 될 전망입니다.

진천 선수촌에서 만난 양희종의 코는 아직 붓기도 빠지지 않았고 휘어 있었습니다. 양희종은 오른쪽 콧대 안쪽이 완전히 부서져 있어서 아직도 뛰어 다니면 얼얼하고 통증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즌이 끝나면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양희종과 일문일답

Q)뉴질랜드와 중국은 우리보다 객관적으로 강한 상대인데 자신 있나요?
(뉴질랜드는 우리가 지난 아시아컵에서 2연승을 거둔 상대지만, 당시 뉴질랜드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테스트를 하는 상황이었고,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걸린 이번 대회에는 정예 멤버가 나설 전망입니다.)

뉴질랜드 선수들이 아시아컵과는 좀 다른 선수들이 나온다고 하지만 저희도 자신감은 있고,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고요. 재밌는 농구, 즐거운 농구를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또 중국전은 한국에서 하는 만큼 기세를 이어서 꼭 국민들에게 승전보를 전하고 싶습니다.

Q) 부상이 심한데 어떻게 대표팀에 합류했나요?

대표팀에 대한 의지는 항상 있었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난 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전화가 와서 제 의사를 묻기에 흔쾌히 합류 의사를 밝혔습니다. 코칭스태프가 저의 의지를 인정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대표팀에 들어온 만큼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Q) 부상당한 몸으로 경기에 뛰는 게 불안하지는 않나요?

부상에 대한 걱정은 항상 있는데요. 그런 것을 신경 쓰고 하다보면 농구가 더 안 되기 때문에, 그냥 뭐 안 다치는 게 제일 좋지만 다치더라도 끝까지 한 번 몸 부딪혀 가면서 해볼 생각입니다.

Q) 다른 선수들의 몸 상태도 썩 좋지는 않다고 들었는데..

(오)세근이도 무릎이 아프고요. (박)찬희는 발목, (이)정현이도 무릎 이런 데가 좀 아파서 지금 선수들이 제 컨디션은 아니에요. 경기에 들어가면 쉬지 않고 최선을 다 하겠지만 그런 부분들이 조금 걱정되기는 합니다. 아무튼 뭐 그런 부상을 잊고 (이번 연전이) 단 두 경기니까 한 번 최선을 다 해 보겠습니다.

Q) 대표팀에 대한 선수들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큰 것 같은데,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이 (한국 농구에) 상당히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저희 국가대표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성적을 거둬야 이번 시즌 (프로농구 인기)에도 영향이 좀 있을 것 같고, 꼭 저희가 좋은 성적을 거둬서 다시 한국 농구가 인기를 얻는 걸 실감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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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살 막내, '농구대통령의 DNA' 허훈 "부담 털고 형보다 잘할 거에요."

허훈은 5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지난 6월 동아시아 대회 때 부진한 모습을 보여 8월 아시아컵에서는 제외됐다가 다시 합류한 겁니다. 동아시아 대회 당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는 허훈은 이후 연세대에서 펄펄 날며 라이벌 고려대와의 정기전 완승과 대학리그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또, 전체 1순위로 프로 무대를 밟은 뒤 짧은 기간에도 한국 농구 최고의 기대주임을 코트 위에서 보여줬습니다. 지난 5개월 동안 다시 실력을 입증하고 농구협회 경기력 강화위원회(위원장-유재학 감독)의 결정으로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대표팀의 막내는 형들보다 더 큰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아시아컵에서 중앙대 1학년인 양홍석을 선발했을 때는 세대교체를 위해 유망주에게 큰 무대를 경험할 기회를 준다는 데 대해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지만, 허훈에게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표팀 감독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에게 지난 8월 형 허웅이 그랬던 것처럼 강력한 한방을 보여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함께 선발된 김시래와 더불어 대표팀 에이스 김선형의 부상 공백을 메워야 하는 중책도 맡게 됐습니다.

22살 유망주에게는 버거울 만한 큰 짐을 짊어졌지만, 허훈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농구 대통령인 아버지처럼 자신감 넘치게 인터뷰를 했고, 긍정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 허훈과 일문일답

Q) 대학 선수가 아닌, 프로 선수로서 대표팀에 들어오니 달라진 게 있나요?

오히려 프로에 있다가 대표팀에 와서 부담감이 덜 한 것 같아요. 프로에서 세 경기만 뛰고 오긴 했지만 많이 적응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또 대표팀이 프로랑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더 편한 것 같기도 해요.

Q) 아버지, 형과 함께 3부자가 대표팀에서 뛰는 데 대한 부담은 없나요?

아무래도 남들이 보는 시선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뭐 좀 어색하기도 하고 부담도 되지만 그 부분은 또 어떻게 보면 부러워서 그러려니 하는 생각도 하고.. 저희가 잘하면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을까 싶어요.

Q) 부상으로 빠진 김선형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부담은 없나요?

아니요. (김)시래 형도 있고 (박)찬희 형도 있기 때문에 잘 해줄 거라고 믿고 저는 중간 중간 경기에 들어갈 때 제가 받은 역할을 잘하면 될 것 같아요. 부담은 그렇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Q) 지난 6월 동아시아컵에서 부진 때문에 좀 위축되지는 않았나요?

그런 부분은 시간이 좀 지나서 괜찮아 진 것 같고요. 뭐 아무래도 경기에 따라서 못할 수도 있고 잘할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Q) 지난 8월 아시아컵에서는 형, 허웅의 활약이 돋보였는데..
(허훈의 형, 허웅은 뉴질랜드와 3-4위전에서 팀 내 최다 20점을 몰아쳐 승리를 이끌었고, 아시아컵 전 경기를 통해서도 우리 선수 중 최다 3점슛, 경기 시간당 최다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좋았죠. 아무래도 형이 잘하니까 동생으로써 보면 너무 기뻤어요. 하지만 그 때 새벽 경기라서 (오전 훈련을 위해) 일찍 잠을 자야 되서 하이라이트만 보고 전체 경기는 못 봤습니다.

Q) 형보다 잘 할 자신은 있나요?

형 보다요? 네!! 하하

Q) 앞으로도 계속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제가 하기 나름 않을까요? 뭐 잘하면 (대표팀에서) 쭉 가는 거고 못하면 떨어지고 그런 것 같아요.

최고참 양희종은 마치 루키처럼 패기가 넘쳤고, 막내 허훈은 오히려 베테랑 같은 원숙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들의 리더십과 파이팅, 활력이 대표팀에 더해진다면 태극전사들은 충분히 지난 아시아컵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농구 대표팀의 선전과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기원합니다.

[김형열 기자 henry13@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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