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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시중에 나도는 사해문서 90% 가짜 가능성 높아"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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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노르웨이 수집가 소유의 '사해문서' 파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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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립박물관 소장 '사해문서'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중동 사해 지역에서 발견된 고대 성경 사본을 가르키는 일명 '사해문서'의 대다수가 위조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2002년 이후 골동품업자와 수집가 사이에서 거래된 사해문서 파편 75개 중 90%가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사해문서 수집가로 유명한 스티브 그린이 소장한 사해문서 파편 13개 중 최소 6개 역시 가짜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린은 최근 워싱턴DC에 '성서 박물관'을 열어 자신의 수집품들을 공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이라크에서 5500점의 예술품을 불법으로 사들여 미국으로 가져왔다가 법무부에 걸려 압수 당해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사해문서 또는 사해두루마리는 예수가 생존하던 동시대 또는 비슷한 시기에 제작돼 중동 사해지역 동굴에서 발견된 것들을 가르킨다. 가장 유명한 것은 1947년 2월에 이스라엘 쿰란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것이다. 베두인족 목동이 잃어버린 염소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서 세상에 그 존재가 알려졌다.

그 뒤로 주변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탐사를 통해 11개의 동굴에서 100여 개 이상의 문서나 문서 파편 등이 발견됐다. 올해 초에는 사해문서가 있었던 흔적이 남아있는 12번째 동굴이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초반에 발견됐던 사해문서 두루마리는 이스라엘 정부가 보관하고 있지만, 비교적 최근 발견된 사해문서 파편들의 상당수는 뿔뿔이 흩어져 막대한 가격이 거래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캐나다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 내 사해문서연구소의 킵 데이비스 박사는 최근 '성서 박물관' 출판부의 요청으로 그린이 소장하고 있는 사해문서 파편 13개에 대한 조사작업을 벌인 적이 있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진위 정도를 표시하는 등급이 있었는데, 나는 (13개 중) 6개에 대해 위조품에 가까운 등급을 줬다"며 "(출처)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부 다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의 사해문서 전문가인 아르스타인 유스트네스 교수 역시 "(가짜로 의심되는 문서들을 보면) 글쓴 사람의 손이 머뭇거리거나 베끼고 있는 듯한 움직임을 볼 수 있다"며 "(이런 흔적들은) 기록자의 손놀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골동품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사해문서들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최근들어 너무나도 많은 사해문서 또는 문서 파편들이 나돌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2002년 이후 사해문서 또는 문서 파편의 숫자가 이전에 비해 최대 86%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누군가가 독실한 기독교 부호들의 돈을 갈취하기 위해 위조 문서들을 생산해내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데이비스 등 전문가들은 노르웨이의 수집가 마르킨 쇠옌이 소유하고 있는 사해문서 중 일부에서도 최근 제조된 잉크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쇠옌은 지난 10월 성명에서 위조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극소량의 잉크 샘플을 근거로 내려진 판정이라면서, 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말로 여지를 남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팔레스타인계 기독교인 골동품상 겸 도굴꾼인 칼릴 에스칸데르 샤힌의 후손들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사해문서의 상당수가 샤힌 집안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칼릴 에스칸데르 샤힌은 1940년대 중반 베두인 목동들로부터 사해문서를 가장 처음 헐값에 사들였던 인물로, 그의 아들 윌리엄 등 후손들은 지금도 사해문서 등 고대 기독교 관련 골동품 거래에 깊숙히 개입해있다.

실제로 그린 역시 윌리엄 샤힌이 스위스 취리히에 가지고 있는 수장고를 직접 방문해 사해문서 파편을 직접 보고 구매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당시 그는 7점을 구매하는 4000만 달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 샤힌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고객들에게 판매한 사해문서는 모두 진본이라고 주장했다. 누군가 위조품을 만들어 유통시켰을 수는 있지만 자신이 판매했고, 지금도 가지고 있는 20여점은 모두 아버지가 생존했을 당시부터 보관해왔던 진품이 맞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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