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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똑같이 우승했는데… KIA가 부러운 최강희 전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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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18년 AFC 챔피언스리그로 복귀하는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은,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투자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전북현대가 2016년 ACL에서 우승했을 때의 모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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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전북현대)가 돈을 많이 쓴다고? 거긴(KIA) 1명이 100억인데?"

2017년 K리그 클래식 챔피언에 등극하며 전북현대의 유니폼에 5번째 별을 새겨 넣은 최강희 감독은 2년 만의 정상 탈환과 함께 느긋한 연말을 보낼 듯싶다. 하지만 마음은 벌써 바쁘고 한숨도 적잖다. 복귀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욕심과 고민을 생각하면 속 편하게 여유를 즐길 수가 없다.

지난 20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만난 최 감독은 일단 활짝 웃었다. 시즌 내내 한결 같은 무뚝뚝한 표정이던 그는 "우리 선수들이 후보에 많이 올라 더 좋다"면서 "이 짧은 행복을 위해 지도자와 선수들이 1년의 어려움을 견뎌내는 것"이라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현실적 고민으로 되돌아 왔다.

그는 "다음 시즌 ACL 무대 복귀에 대한 질문에 "솔직히 설레고 의욕도 생긴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쁨에 겹쳐 책임감이 가득하다. 큰 무대에 도전하는 만큼 경쟁력을 위해 팀을 정비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최 감독은 "중국과 일본 클럽들의 성장세를 다들 지켜보고 있다. 적어도 ACL에 나가는 팀들은 그에 합당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중국 클럽과 똑같이 돈을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투자는 있어야한다. 이대로 격차가 벌어지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경쟁력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일선 지도자들 중 최고참이기도 한 최강희 감독은 평소 소신발언으로 유명하다. 특히 한결 같은 목소리로 K리그 구단들의 투자가 지금처럼 위축되면 경기의 질이 떨어지고 팬들도 발길을 돌리고 결국은 국내 축구계가 쓰러질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그나마 전북은 제법 모기업의 투자를 받고 있지만, 그것도 풍족한 것은 아니라고 하소연이다.

최강희 감독은 이웃 스포츠 프로야구의 예를 종종 든다. 최근 그는 "KIA를 봐라. 최형우라는 선수 1명을 데려오기 위해 100억원을 썼다. 그렇게 과감하게 투자하고 나서야 우승했다. 많은 팬들이 KIA가 돈을 과하게 썼다고 타박하지 않는다"고 전한 뒤 "그런데 K리그는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 선수들 몸값이 높다고들 하는데, 그쪽(야구)이 1명에게도 큰돈을 쓰는 것에 비하면 비할 게 아니다"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물론 최형우의 경우는 야구 쪽에서도 이례적인 케이스이고 계약금 40억원이 포함된 4년 계약이니 연봉만 따지면 K리그의 고액 연봉자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선수 1명에게도 그렇게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 자체를 더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최 감독은 "올해도 K리그 팀들이 ACL에서 고전했다. 우리는 K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에 나가야한다. 전북현대라는 구단을 위해서도, K리그 전체의 자존심을 위해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전한 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잘 준비해야 하는데, 마음처럼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다른 해처럼 '대어급'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고민"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순위를 보면 '뿌린 대로 거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최근 수년간 투자를 아끼지 않은 전북이 정상에 올랐고 알차게 선수를 보강한 제주가 2위다. 여느 때에 비해서는 돈을 푼 수원과 울산이 3, 4위다. 파격적 선수 영입으로 승격과 동시에 상위 스플릿 진입에 성공한 강원FC까지, 투자한 팀이 결실을 맺었다.

없어서 못 쓴 구단이든 있는데도 허리띠를 줄인 구단이든, 투자에 인색했던 팀은 하위 스플릿을 피할 수 없었다. 성을 쌓는 것은 오래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왕년의 명가 포항 스틸러스는 2년 연속 하위 스플릿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투자는 성적을 거두기 위한 기본임을 다 공감하면서 투자 없이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이대로라면, 최강희 감독의 말처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경쟁력이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 리그 안에서도 투자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격차가 벌어지는데, '센 놈'들끼리 붙는 ACL에서 K리그가 고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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