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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철강, 태양광 이어 세탁기도…美 문턱 높이기에 국내 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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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미국 세이프가드 공청회, LG-삼성 세탁기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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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태양광


세탁기 구제조치 월풀案 대비 완화됐지만 악영향 있을듯

미국, 일시적 무역장벽 강화 기조…대응 전략 마련 고심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서 자국으로 수입되는 한국 제조업체 브랜드 세탁기의 수입에 대한 구제조치를 권고했다. 철강과 태양광전지에 이어 가전제품 분야에서까지 한국 제조회사 이름이 붙은 수출 물량에 제동을 건 것이다.

USITC는 세탁기 이외에도 페트수지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권고 여부를 가늠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점차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점차 전 산업 부문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현지 시간) US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 브랜드 세탁기에 설정된 TRQ(저율관세할당) 120만대 넘는 세탁기에 대해 관세 50%를 부과키로 했다.

또 한국 내 생산 물량에 대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의거해 조치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는 당초 일괄 5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Whirpool)쪽 주장에서 상당히 완화된 조치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도 일정 부분 타격을 피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주된 수출 방식이 가격 경쟁력을 빌미로 상당한 물량을 국외 현지 공장에서 양산해 파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한국 업체와 유관한 다른 수입 품목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를 권고했거나 권고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앞서 USITC는 미국 강관업체 4곳에서 제기한 냉간압연강관과 관련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또 태양광전지 제품에 대해 ▲셀·모듈 관세 부과 ▲셀·모듈 관세를 부과하되 피소기업 요청 품목 중 제소자 측이 반대하지 않은 품목에 한해 제외 ▲셀·모듈에 쿼터와 수입 허가권 부과를 골자로 하는 구제조치 판정을 했다.

아울러 미국 대형 플라스틱 업체 4곳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내 화학업체에서 제조하는 페트 수지가 수입되면서 자국 산업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세이프가드나 덤핑방지관세, 상계관세 등과 같은 무역구제 제도는 관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수입을 억제하는 일종의 '일시적 무역 장벽'에 해당한다.

이는 자유무역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면에서 자국 산업이 경쟁력을 보유할 때까지 특정 분야의 대외 무역을 통제하는 엄밀한 의미의 '보호 무역'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행보를 보면 점차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추세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주요 수입품 제조 국가를 대상으로 잇따라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환율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통상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미국은 다소 무역 장벽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당시에는 보호무역주의를 배제하려는 국제적 기조가 있어 일종의 완충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점차 전 세계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일부 품목에 대한 공급 과잉 현상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실정이어서 향후 무역 여건 흐름이 기존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무역 장벽 확대 기조는 특히 수출 의존도가 큰 편인 한국 산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미국 업체들은 중국 제품과 비교해 고부가 상품인 한국 제품에 대한 경계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김지선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문제가 지속되면서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다수 품목에서 높은 강도의 규제를 하면서 수입 방어에 나서고 있다"며 "글로벌 보호주의 강화 움직임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FTA에 대한 개정 논의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는 조치로 보는 시선이 많다. FTA 개정 방향에 따라 특정 제품군에 상당한 관세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 재계에서는 FTA 개정으로 국제적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미국 측을 상대로 '미국에 더 이로운 협정'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현지에서 생산 공장을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통상 압력을 피해가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최근 삼성과 LG 등 국내 주요 제조업체 집행임원들이 미국을 방문해 투자를 늘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정부 차원에서는 무역 장벽을 낮추는 국제적 협정에 참여하려는 시도를 하거나 세이프가드가 발동된 제품군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검토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내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백운규(53)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의 통상 현안과 점차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 추세에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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