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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매장 앞 수백명 밤샘 대기… ‘평창 롱패딩’ 인기 상상초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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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2일 새벽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입구 앞에 '평창 롱패딩'을 사려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21일 오후부터 시작된 대기열은 백화점 개장을 9시간30분 앞둔 새벽 1시쯤 이미 500명을 넘어섰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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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이 매진 사태를 빚은 이른바 ‘평창 롱패딩’(14만9,000원) 판매를 22일 잠실점 에비뉴엘, 영등포점, 김포공항점, 평촌점 등 4개 지점에서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늦게나마 평창 롱패딩 대란에 합류하려는 수백명의 소비자들이 전날부터 매장 앞에 장사진을 이루면서 대혼란이 빚어졌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2일 판매되는 평창 롱패딩의 지점 별 수량은 잠실점 에비뉴엘이 1,000벌로 가장 많고, 나머지 세 개 지점은 각각 200벌 정도다. 상대적으로 수량이 적은 김포공항점, 영등포점 등에는 22일 0시 기점으로 이미 구매 가능한 인원 이상이 몰렸고, 가장 많은 수량이 배정된 잠실점의 경우 개점 9시간30분 전인 새벽 1시쯤 500~600명이 운집해 평창 롱패딩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잠실점 측은 백화점 영업이 종료되는 전날 오후 8시에 대기선을 마련했는데, 대기열은 이미 그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21일 오후 7시쯤 처음 대기자가 등장해 새벽 1시까지 계속 급증하다가 대중교통이 끊기면서 증가세가 주춤해졌다”며 “새벽부터 나올 생각이 없었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현장 사진을 보고 급히 온 이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전했다.

애초 잠실점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이 이른 시간부터 몰리면서 크고 작은 소란도 있었다. 뒤늦게 온 사람들이 중간중간 새치기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새치기 하는 사람을 왜 막지 않느냐”는 항의가 빗발쳤고, “먼저 온 사람에게는 번호표를 주고 돌려보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다른 지점들은 사이즈 별 수량을 다 SNS에 공지했는데 왜 잠실점만 알려주지 않느냐”는 질의에, 백화점 직원이 “다른 지점보다 수량이 몇 배나 많아서 오전 8시 물량이 도착하면 정확히 확인한 뒤 공지하겠다”고 진땀 빼며 해명하는 모습도 수 차례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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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입구 앞에 '평창 롱패딩'을 사려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21일 오후부터 시작된 대기열은 백화점 개장을 9시간30분 앞둔 새벽 1시쯤 이미 500명을 넘어섰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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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운의 1호 대기자는 60대 어머니를 모시고 온 이선우(32)씨였다. 이씨는 전날 오후 7시쯤 가장 먼저 도착해 장시간 대기를 시작했다. “7시에 와도 늦을 거라 생각하고 서둘렀는데 운이 좋았다”는 이씨는 “검은색 스몰(S) 사이즈를 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15시간을 기다리면서까지 평창 롱패딩을 구입하려는 이유에 대해 “예쁘고 가격도 저렴한 데다 이번에 사지 못하면 영원히 구입할 수 없는 제품이라 기념이 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신현억(53)씨는 딸 지수(22)씨와 함께 전날 오후 11시쯤 도착했다. 신현억씨는 “고생을 각오하면서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서 딸과 함께 나왔다”며 “우리는 이미 비슷한 패딩이 있어서 아내와 아들 것을 각각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25)씨는 이미 평창 롱패딩 차콜색상을 갖고 있지만 여자친구에게 줄 것을 한벌 더 구입하기 위해 이날 다시 대기열에 합류한 경우다. 정씨는 “보통 거위털 패딩은 30만원 정도라 부담이 큰데, 평창 롱패딩은 가격대비성능(가성비)이 뛰어나 우리 또래에게 커플룩으로 인기”라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는 영등포점 개장 1시간 전쯤 도착해 700명 중 600번대로 평창 롱패딩을 구입했다는 정씨는 이날 무려 10시간이나 일찍 왔는데도 줄이 길게 이어진 것을 보고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새벽에 택시를 타고 온 대학생 김선식(23)씨도 “지인이 지난 주말 백화점 개장 시간 때쯤 가서 평창 롱패딩을 구매했다는 말에 원래는 아침 첫 차를 타고 올 계획이었는데, SNS에 올라온 현장 사진을 보고 놀라서 바로 왔다”고 했다. 김씨는 수량이 비교적 넉넉한 엑스라지(XL) 사이즈를 구매할 생각이지만, 행여 원하는 사이즈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에 긴 시간 대기를 감행했다. 그는 “평창 롱패딩을 온라인에서 되팔면 3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며 “5시간 기다려서 약 15만원에 구매한 뒤 30만원에 팔면 시간당 3만원을 버는 셈이라 시급 센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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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입구 앞에 '평창 롱패딩'을 사려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21일 오후부터 시작된 대기열은 백화점 개장을 9시간30분 앞둔 새벽 1시쯤 이미 500명을 넘어섰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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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후 평창 롱패딩은 24일과 30일에 추가 판매될 예정이다. 24일에는 부산본점과 광복점, 대구점, 대전점, 창원점, 울산점, 광주점 등 7개 백화점 점포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동부산점, 롯데아울렛 수완점 등 3개 아울렛 점포에서 각각 판매된다. 30일에는 잠실점 에비뉴엘에서 한 번 더 구입할 수 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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