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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5차 사법파동 때…강민구 “좌파와 고군분투 감사” 독려 e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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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직원, 본인 재판 과정서 주장 “당시 강 부장판사 영향 받고 개입”

경향신문

강민구 법원도서관장(59·법원장급·사진)이 2009년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을 빚은 신영철 전 대법관(63)에 대한 옹호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직원에게 ‘좌파와 고군분투하는 데 감사하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는 폭로가 나왔다.

당시 신 전 대법관 사태는 일선 판사들이 대거 반발하며 ‘5차 사법파동’으로 번졌던 사건이다. 고위 법관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옹호하고 이를 비판하는 판사와 법원 직원들을 좌파로 몰아간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법원 퇴직 공무원 ㄱ씨(61)는 강 관장(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으로부터 2009년 3월 말 이 같은 e메일을 받았다고 자신의 재판에서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ㄱ씨는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서 진보적인 내용의 글을 올린 다른 법원 공무원을 비방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ㄱ씨는 항소심 재판과 관련 민사소송에서 강 관장이 보낸 e메일의 영향을 받아 법원과 정부를 대변하는 글을 코트넷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코트넷은 신 전 대법관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던 상황이었다.

ㄱ씨가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당시 강 관장은 ㄱ씨가 코트넷에 신 전 대법관 옹호 글을 올린 뒤 e메일을 보내왔다. 강 관장은 e메일에서 “그동안 좌파 직원들이 게시판을 잡고 있었는데 용기 있게 나서서 (중략) 고군분투하고 계신 ㄱ씨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경의를 표하며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썼다.

ㄱ씨는 문건에서 “하위직 공무원인 제가 신 전 대법관을 보호하거나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할 필요나 의무가 전혀 없었다”며 “강 관장의 전화와 e메일을 받고 개입하게 됐던 것은 저의 어리석음도 어리석음이지만 강 관장의 직위를 이용한 비상식적인 월권행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ㄱ씨는 이후에도 강 관장에게 여러 차례 관련 e메일을 받았다고 했다. ㄱ씨는 강 관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최근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 당시 국정원장이던 원세훈 전 원장도 “신 전 대법관 사태는 좌파의 정부 흔들기 차원이니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신 전 대법관 사태를 조사한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결론냈다.

강 관장은 “ㄱ씨에게 e메일을 보내긴 했지만 내가 쓴 게시판 글에 댓글을 달아줘 고맙다는 취지였을 뿐”이라며 “이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혜리·유희곤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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