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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STX, 성동조선 ‘산소호흡기’ 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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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실사 “존속가치<청산가치”

10조 혈세 투입 무위 청산 위기

정부-채권단 최종 선택만 남아

STX, 3분기 누적 926억 순손실

성동, 수주한 배 만들 돈도 없어

대주주 산은, 수은 정부 눈치만

“합병 등 구조조정 큰그림 필요”
한국일보

조선사-구조 수정/2017-11-22(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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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이 주도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과정에서 이미 10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이 최근 회계법인의 실사에서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판정을 받았다.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계속된 경영난으로 결국 청산 위기까지 몰린 이들 조선사의 대주주인 산업은행(STX조선)과 수출입은행(성동)은 정부 눈치만 살피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에 대한 큰 방향조차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구조조정 시기를 놓쳐 수조원대 추가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21일 국책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STX조선과 성동조선은 회계법인 중간 실사 결과, 모두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조선사에 돈을 댄 채권단 입장에서 볼 때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 회사를 살려 추후 투자금을 회수하길 기대하기 보다 회사를 정리해 남은 빚잔치를 하는 게 그나마 더 이득이라는 의미다. 청산할지 말지 채권단과 정부 선택만 남았다는 얘기다.

채권단 사이에선 예고된 결말이란 지적이 많다. 두 조선사는 사실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그 동안 채권단 지원으로 연명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2013년 7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STX조선은 그 동안 6조5,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지난해 11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STX조선은 두 차례의 무상감자와 출자전환으로 가까스로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 지난 7월 법정관리를 졸업하긴 했지만 3분기 누적 92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황이라 회생법원이 법정관리 졸업을 결정할 때 채권단이 이례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을 정도”라고 말했다. 2010년부터 구조조정에 돌입한 성동조선은 채권단의 3조7,000억원 지원에도 여전히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배를 주문한 선주에게 인도할 배가 5척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필요한 돈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

채권단은 STX조선과 성동조선의 독자 생존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수주 절벽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청산 없이 당분간 버틸 순 있지만 정부의 구조조정 큰 그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다”며 “중소 조선사간 합병 등과 같은 구조조정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지만 문제는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두 조선사를 청산할 경우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다. 일자리 창출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도 어긋난다. 그렇다고 추가 자금 지원으로 가닥을 잡으면 10조원도 모자라 추가로 혈세를 투입하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하겠지만 마땅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구조조정은 피를 깎는 고통이 따르지만 이를 제때 하지 않으면 결국 생산성 있는 업종으로 자금이 흐리지 못해 경제 전체가 탄력을 잃게 된다”며 “새 정부 들어 구조조정 논의조차 없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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