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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텍사스 총격범 아이폰, 애플의 거부로 또 못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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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애플에 수색영장 발부했지만 잠금해제 못해 데이터 확보 애먹어]

- 데이터는 OK, 잠금해제는 NO

애플, 범인 데이터는 제공하지만 잠금해제 방법은 비공개 방침

개인정보 중요? 공익이 우선? FBI·애플 2년만에 또 보안전쟁

조선일보

'개인정보 보호냐' '공익을 위한 공개냐'를 놓고 미 연방수사국(FBI)과 애플이 또 한 번 '보안 전쟁'을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년 전 테러범이 사용하던 아이폰의 잠금을 해제해달라는 FBI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법정 공방을 벌였던 애플이 지난 5일 발생한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 교회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휴대폰에 대해서도 같은 보안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FBI는 지난 9일 텍사스주 교회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패트릭 켈리(26·사망)의 아이폰과 아이폰에 연동된 아이클라우드 등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FBI는 그러나 영장을 발부받고도 아이폰의 잠금을 풀지 못해 휴대폰 내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FBI 수사관은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있는 FBI 연구소에서 범인의 아이폰 보안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실패한다면, 텍사스주 검사가 애플을 상대로 (잠금 해제 명령을 받아내기 위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비슷한 일은 지난 2015년 12월 14명을 숨지게 한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 사건 수사 때도 있었다. FBI는 당시에도 범인의 '아이폰 5c'와 아이클라우드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잠금을 풀지 못해 영장이 아무 소용이 없었다. FBI는 애플에 잠금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법원에 잠금 해제 강제 명령을 요청하는 소송까지 냈다. 이 소송은 개인정보 보호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FBI가 사설 업체를 통해 잠금을 해제하는 데 성공하면서 중도에 끝나버렸다.

이번엔 FBI가 아예 애플에 보안 잠금 해제 요청조차 안 하고 있다. 애플이 거부할 게 뻔하다고 본 것이다. 애플 측 대변인은 이날 "아직까지 수사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법조계는 애플이 영장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다. 법원의 수색영장은 FBI가 범인 관련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애플에 휴대폰 잠금을 해제하라고 명령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애플 측도 범인과 관련해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는 제공할 수는 있지만 개인 사용자의 휴대폰 보안 잠금을 해제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샌버너디노 테러 사건 당시 "FBI가 다른 표현과 명칭을 쓰고 있지만 본질은 보안 해제 솔루션이나 뒷문(backdoor)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정부나 사법 당국이 아무리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이런 논란을 감안해 이번엔 애플에도 직접 수색영장을 보냈다고 WP는 전했다. 수색영장에는 '2016년 1월 1일 이후 텍사스 교회 총격사건 범인이 사용한 아이폰 데이터를 백업한 아이클라우드의 모든 데이터를 제출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수사기관이 영장을 들고 가 압수 수색을 하는 게 아니라 영장에 명시된 자료를 대상 기관이 정리해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불성실하게 제출하면 사법방해죄가 적용돼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애플이 아이클라우드 서버에 있는 관련 자료들은 모두 제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범인 소유인 아이폰의 잠금 해제에는 이번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미국 법조계는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2년 전 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하고 중단됐던 법정공방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로드 로즌스타인 미 법무부 차관은 이날 볼티모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는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면서도 "그것은 많은 시간과 돈, 어떤 경우에는 생명을 희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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