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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닌텐도 안 죽었다… 콘솔 게임기 '스위치'로 V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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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지(紙)는 '2017년 최고의 IT(정보기술) 기기'로 일본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키워드〉 '닌텐도 스위치'를 선정·발표했다. 2위에 오른 애플의 신작 스마트폰 '아이폰X'을 넘어선 것이다. 타임은 "TV 앞에 앉아, 집 안에서만 하던 콘솔 게임기를 집 밖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5~6년간 스마트폰 게임에 밀려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던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부활하고 있다. 닌텐도는 최근 실적 전망 발표에서 "올해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에서 매출 9600억엔(약 9조3600억원)과 영업이익 1200억엔(약 1조1700억원)을 올릴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올 초에 밝혔던 실적 전망(매출 7500억엔·영업이익 650억엔)을 대폭 상향한 것이다.

부활의 선봉은 올 3월 출시한 신제품 '닌텐도 스위치'다. 이 제품은 700만대 이상(9월 말 기준) 팔렸다. 연내 1000만대 이상 팔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닌텐도가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제2의 전성기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스마트폰 시대에 끝난 줄 알았던 콘솔 게임기의 매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닌텐도 스위치', 올해 최고 IT 기기

'닌텐도 스위치'는 TV에 연결하는 콘솔 게임기 형태다. 게임기 본체에서 6.2인치의 독자 화면을 가진 휴대형 게임기를 분리할 수 있는 구조다. 집에서는 TV와 연결해 게임을 하다가,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제품명 '스위치(switch·바꾸다)'는 이렇게 장소를 바꿔가면서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3월 일본 출시 3일 만에 33만대가 팔렸고, 북미·유럽·호주 등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대당 2만9800엔(약 29만2400원·세전 기준)인 제품이 이베이 등 인터넷에서는 웃돈이 붙어 4만~4만4000엔(약 39만~43만원)에 팔릴 정도다. 물량 부족 현상이 심해 주요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아예 출시도 못한 상태다. 우리나라에는 다음 달 1일에야 출시된다. 온라인 쇼핑몰 티몬이 이달 7000대를 예약 판매했는데 매진됐다.



조선비즈


일본 언론들은 "현재 추세라면 닌텐도 스위치가 앞으로 수년 내 전 세계 1억대 판매 달성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도하고 있다. 과거 닌텐도의 전성기를 이끈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 위'의 기록(출시 7년간 1억대 판매)을 깰 것이라는 예측이다.

오랫동안 부진했던 닌텐도의 실적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상반기(4~9월)에 매출 3740억엔(약 3조6400억원)과 영업이익 399억엔(약 39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7배 올랐고,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매출의 72%가 해외에서 나왔다. 닌텐도는 수퍼마리오와 같은 자사 인기 게임을 1~2개월에 하나씩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내놓고 있다. 콘솔 게임기를 먼저 판 뒤, 그 기반에서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 수익을 최대한 끌어내는 닌텐도의 게임 전략이 궤도에 오른 것이다.

게임기의 한길만 판 닌텐도의 저력

본래 화투 제조회사로 시작한 닌텐도는 완구 제조회사를 거쳐, 1980년대 가정용 게임업체로 거듭났다. 이와타 사토루(岩田總) 전(前) 사장은 닌텐도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기업에 밀려 고사 위기에 몰렸던 2002년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해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 위'의 성공 신화를 쓰며 전성시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2010년 스마트폰 무료 게임이 등장하자, 닌텐도의 실적은 추락했다. 2011에는 1962년 상장 이래 첫 적자를 냈고, 이후 3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닌텐도는 스마트폰 게임에 한눈팔지 않고 오직 전용 게임기 한길을 고집했다. 이와타 사장은 "스마트폰이 아무리 많이 보급돼도 게임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닌텐도는 2015년 이와타 사장이 스트레스와 격무로 당시 56세의 나이에 별세한 뒤에도 기존 노선을 고수했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닌텐도의 부활에 대해 "고(故) 이와타 사토루 전 사장의 신념이 일궈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닌텐도 스위치가 이와타 사장의 유작(遺作)이라는 평가다.

☞콘솔 게임기

TV에 연결해 이용하는 비디오게임기로 컨트롤러(조작기)를 통해 게임 속 캐릭터를 움직이고 즐기는 기기다. ‘닌텐도 스위치(switch)’는 실내에서는 TV나 컴퓨터 모니터 등에 연결해 사용하고, 밖에서는 무선 상태로 휴대해 게임을 즐긴다.



성호철 기자(sunghochul@chosun.com);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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