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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진도9 지진에 견디는 우리 건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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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지진이 빈발하면서 국내 건설사들도 건축물 내진(耐震) 설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내진 설계 규정을 처음 도입했고, 다음 달부터 2층 이상 연면적 200㎡ 이상 건축물은 진도 7 정도의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내진 설계가 의무화된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초고층 건물이나 고급 주거 시설엔 한층 엄격한 내진 설계 기준이 적용된다. 건설 기술 발달로 진도 9 수준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건물도 등장했다. 진도 9는 통상적으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일 때 흔들리는 정도로, 대다수 건물이 파손되고 지표면이 갈라지며 지하 송수관이 파괴된다. 전문가들은 "진도 9에 맞춘 내진 설계는 역대 국내 최고 강도였던 지난해 경주 지진보다 수십배 이상 강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일반 아파트보다 6배 두꺼운 벽체 설계

대림산업이 지난 7월 서울 성수동에서 공급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진도 9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국내 최초로 미국 초고층 내진 전문 구조 설계 업체인 MKA의 컨설팅을 받았다. 49층짜리 건물의 중심부인 28층에 두께 800㎜의 '아웃리거 월(Outrigger Wall)'을 설치했다. 비스듬하게 경사진 벽인 아웃리거 월은 건물이 좌우로 흔들릴 때 진동 폭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건물 중심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코어월'은 일반 아파트보다 최대 6배 두꺼운 1200㎜ 두께로 설계했다. 보통 20층짜리 아파트에는 200㎜ 두께로 코어월을 만들지만, 건물 하중을 견디고 중심축이 흔들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보강한 것이다. 코어월을 축으로 삼아 3면으로 뻗은 개별 가구의 바닥은 일반 철근보다 4배 정도 강한 철로 만든 '강선(鋼線)'을 촘촘히 깔아 흔들림을 최소화했다. 대림산업은 작년 경주 지진 이후 별도의 지진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내진 설계 연구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국내 최고층(123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에도 내진 신기술이 적용됐다. 국내 최대 규모인 가로 36m, 세로 36m의 코어월이 중심축이 되고, 건물 중심과 외벽을 대각선 방향으로 연결하는 대형 구조물(아웃리거)을 설치했다. 건물 중심축과 외벽이 따로 흔들리면 균열이 생기므로 건물 중심과 외부 기둥을 하나로 연결하는 장치이다.

건물 외벽을 따라 설치된 대형 기둥 8개를 띠(belt)처럼 하나로 묶어주는 '벨트 트러스'는 개별 기둥에 쏠리는 힘을 고르게 분산해 건물 흔들림을 줄여준다. 롯데월드타워에는 이런 장치들이 세 군데에 설치돼 있다.

대우건설은 경주에 짓는 경주 현곡 2차 푸르지오 아파트에 규모 6.5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하고, 스마트 지진 감지 경보 시스템도 설치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휴대전화로 상황을 전달하고, 진도 5 이상의 강진(强震)이 발생하면 가스가 자동 차단되고 대피를 위한 조명이 켜진다. 엘리베이터는 1층에 비상 정지한다.

외장재 등 비구조물 안전 대책 마련해야

건설 전문가들은 “지진이 나면 기둥이나 벽체 등 건물의 ‘뼈대’가 붕괴해 발생하는 피해보다 외벽이나 인테리어, 천장, 유리창 같은 비(非)구조물 낙하와 파손으로 발생하는 2차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1995년 6300여명이 숨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건물 붕괴가 아닌 가구나 외장재 등 비구조물 때문에 사망한 경우가 전체 사망자의 71%에 달했다. 이에 일본은 2011년 이후 조명 기구 등에는 이중 고정 장치를 설치하고, 천장 마감재는 가벼운 경량 재질을 사용하도록 비구조물에 대한 기준을 제정했다.

국토교통부는 포항 지진을 계기로 벽돌 등 건자재가 지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 및 시공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건축 구조 기준’ 개정을 검토 중이다. 권기혁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내진 기술은 해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며 “이를 적용하도록 강제하는 규정과 어겼을 때의 처벌 규정을 우리 상황에 맞게 다듬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규모

지진으로 방출된 에너지의 절대량. 리히터 규모라고도 함.

진도(intensity)

흔들리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진앙에서 떨어진 거리에 따라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진도가 다르다.



이미지 기자(image071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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