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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국 창극에 빠진 싱가포르 연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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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여인들’ 연출 옹켕센

그리스 신화 다룬 작품 오늘 개막

내년엔 영국 등 유럽공연 예정

중앙일보

22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연출자 옹켕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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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이 2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지난해 11월 서울 초연, 지난 9월 싱가포르 공연에 이은 세 번째 무대다. “감정이 직접적으로 가슴에 전해진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학적 아름다움”이라는 연출자 옹켕센(54)을 20일 만났다. 싱가포르 출신인 그는 ‘리처드 3세’(2016, 일본 도쿄예술극장), ‘리어 드리밍’(2015, 프랑스 테아트르 드 라 빌), ‘디아스포라’(2009,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을 만든 연출가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싱가포르예술축제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는 “창극은 너무나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예술언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98년 한국의 전통예술을 공부하기 위해 3주 동안 한국에 머무르며 판소리를 처음 접했다. “당시 굿과 살풀이춤·민요·사물놀이·하회탈춤 등을 봤다. 안숙선 명창의 ‘춘향전’을 듣고 굉장히 스펙터클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한국의 노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느 나라에나 그 나라 사람들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예술 형식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노래가 그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그는 “굿·민요부터 운동가요·K팝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관통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Q : 어떤 특징인가.



A : “순수하고 미니멀하다는 것이다. 민중 속에서 태어난 판소리는 물론이고 상업적인 요소와 결합한 K팝도 순수함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한’이라고 말하는 한국 특유의 감수성도 있다. 한은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감정이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아보려고 하는 ‘트로이의 여인들’과 부합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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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여인들’ 2016년 서울 초연 장면. [사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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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여인들’은 그리스·스파르타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패망한 트로이의 여인들이 노예로 끌려가기 전 몇 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스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원작(기원전 415)을 극작가 배삼식이 창극 형식에 맞게 각색했다. 그는 “2015년 국립창극단 김성녀 예술감독으로부터 창극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작품은 직접 정하겠다’고 하고 고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남성 국악인 김준수가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를 연기한다. “헬레네를 양면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다.



Q : 전통예술을 현대화할 때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A : “젊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을 고수해온 사람들의 정신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도 중요하다. 옛것을 아끼는 사람들에게 옛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이를테면 창극에선 이야기꾼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가치를 직접 설파했던 판소리의 기본 컨셉트를 살려야 한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내년 5월 영국 브라이턴과 런던에서 공연한다. 옹켕센은 “비엔나와 암스테르담 페스티벌에서도 초청 의사를 밝혔다. 현재 시기·조건 등을 조율 중인데, 오페라의 고장 비엔나에서 한국의 오페라인 창극 공연을 하게 된다면 의미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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