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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할리우드의 ‘피노키오’ 리메이크 바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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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영화사들 4편 제작 준비

영국선 내달부터 연극무대 올려

시대 초월 판타지, 매력적 캐릭터

‘포스트휴먼 사이보그 원형’ 분석도

중앙일보

영국 국립극단이 준비중인 ‘피노키오’. 디즈니와 협약을 맺고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에 담긴 곡들을 편곡해 다시 들려준다. [National Theatre(Eng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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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나무인형.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동화 속 주인공 ‘피노키오’다. 1831년에 쓰인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을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으니 그 나이가 무려 200살에 가깝다. 월트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피노키오’(1940)도 77세다. 그런데 지금 할리우드에선 다시 ‘피노키오’ 영화 제작 붐이 일고 있다.

현재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피노키오’ 영화만 4편. 영국에선 연극으로 도전장을 냈다. 영국 국립극단(National Theatre)이 오는 12월 1일부터 연극 ‘피노키오’를 무대에 올리는 것.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영국과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제작자들과 영화·연극 연출자들이 ‘피노키오’ 리메이크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21세기 피노키오의 귀환’이다.

우선 디즈니는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의 실사영화 제작 프로젝트의 하나로 2015년부터 ‘피노키오’의 제작을 추진해왔다. 시나리오 개발을 끝냈고, 연출자는 최근 하차한 샘 맨데스(‘스카이폴’ 등) 감독 후임을 물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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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피노키오(1940)’.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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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에서 주역을 맡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아메리칸 뷰티’의 제작자인 댄 징크스와 함께 영화를 준비 중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동시에 피노키오를 창조한 할아버지 목수 제페토 역을 맡기로 했다.

‘헬보이’ ‘판의 미로’ 를 연출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피노키오’를 재해석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영상미로 유명한 델 토로 감독은 이미 10년 전에 피노키오 영화화를 선언한 인물이다.

영화 ‘마지막 황제’의 제작자로 유명한 영국 제작자 제러미 토마스도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그는 고딕풍의 미장센에 호러와 판타지를 섞은 영화 ‘테일 오브테일즈’를 연출한 이탈리아 감독 마테오 가로네와 손을 잡았다. 이들의 ‘피노키오’는 제페토와 피노키오 역을 맡을 소녀(소년이 아니라 소녀다!) 까지 캐스팅이 이뤄진 상태다. 두사람은 ‘피노키의 매력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이야기”(제러미 토마스),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마테오 가로네)를 꼽았다.

한편 영국 국립극단은 디즈니 측과 협업해 존 티파니 감독의 연출로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한 피노키오를 무대에 올린다. 티파니 감독은 지난해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들’ 을 연출해, 지난 4월 영국 공연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올리비에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연출상·남녀주연상 등 9개 부문을 휩쓸어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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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피노키오의 모험’ 초판 표지(1883). [위키피디아]


왜 갑자기 ‘피노키오’일까.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댄 징크스는 “7년 전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개봉했을 때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원)를 벌어들인 이후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퍼블릭 도메인’(저작권이 소멸한 작품) 대작을 찾는 경쟁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2013년부터 피노키오 뮤지엄(관장 이상영)을 운영해온 출판사 열림원 정중모 대표는 “동화 시장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더불어 ‘피노키오’ ‘빨간 모자’ 등 3개 작품의 인기는 남다르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재해석할 여지가 풍부한 동화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피노키오 뮤지엄의 김미금 학예사는 ‘피노키오’는 “리얼리티와 판타지가 결합한 장르에, 흥미진진한 ‘모험’의 서사, 호기심 많고 자유분방하며 실수투성이 캐릭터 등 다층적인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도 ‘피노키오’를 그저 말 안 듣는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분석한다. 인하대 영문과 유영종 교수는 “원작인 ‘피노키오의 모험’은 사회정치, 철학, 신학 등 여러 관점에서 재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특히 피노키오를 “독자들이 외면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평가한다. 유교수는 “원작엔 이탈리아의 빈곤한 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피노키오의 자유분방함 속에 궁극적으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도 숨어 있다”고 덧붙였다. “21세기에 다시 읽을 때 작품에 담긴 과학기술 발달에 대한 우려까지 읽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나무 인형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는 설정에서 ‘포스트 휴먼 사이보그의 원형’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첫 부분부터 인간과 인간이 만든 피조물 사이의 갈등을 보여줘 포스트 휴먼 시대의 문제까지 경고하는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을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의 ‘A.I’도 ‘피노키오’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로 꼽힌다.

◆피노키오는 어떤 작품
이탈리아 작가 카 로렌치니(필명 카 콜로디)가 1881년에 어린이 잡지에 연재하면서 세상에 나왔다. 여기에서 피노키오는 강도에게 붙잡혀 돈을 빼앗기고 떡갈나무에 매달려 ‘얼음처럼 굳어버리는’것으로 끝난다. 피노키오의 죽음을 암시한 것이다. 그러나 연재를 계속하라는 독자들의 항의로 피노키오는 다시 살아나 연재가 재개됐다. 1883년 ?피노키오의 모험?이란 제목으로 단행본이 출간됐으며 지금까지 240여 개의 언어로 번역돼 식지 않는 사랑을 받아 왔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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