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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혜진의 도쿄이야기] 대만이 들러리? 얕보다간 큰코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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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대만이 들러리?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

“한국에서 천관위가 유명한가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도쿄돔에서 첫 공식훈련을 하던 날, 그러니까 일본과의 개막전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첫 도쿄돔 입성인데다 한일전이 코앞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일본에 쏠려있었다. 당시 홍이중 대만 감독이 한국전 선발로 천관위를 예고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예상했던 그림이기에 크게 놀라지 않은 까닭도 있다. 그래서일까. SETN.COM의 시아오바오샹 대만 기자는 기자에게 한국이 천관위를 어느 수준으로 생각하는지 물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천관위의 구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5⅔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선동열 감독 및 코칭스태프는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봤던 천관위의 모습 중 가장 좋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우리는 천관위밖에 없다”던 대만 기자의 걱정도 사실과는 달랐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왕홍청, 펑스잉, 왕야오린은 2⅓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들은 와일드카드를 통해 합류한 자원도 아니었다.

장외 전쟁은 오히려 대만이 앞섰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번 APBC는 흥행에 실패했다. 단 한 경기도 매진되지 않았다. 유망주들의 무대인지라 주목도가 떨어졌다. 신문사가 아닌 일본프로야구(NPB)가 주관하면서 홍보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대만 응원단의 열기는 가히 뜨거웠다. 한국전에만 약 5000명 이상이 직접 경기장을 찾았고, 공 하나하나에 열띤 반응을 쏟아냈다. 텅텅 빈 한국 쪽 관중석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한국과 대만 모두 2020년 도쿄올림픽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아직까진 한국이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위라고 평가받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이번 대회를 통해 대만은 ‘투수력’에 대한 고민을 직면했다. 일본은 물론, 한국 투수들에 대해서도 적잖이 놀란 듯했다. 대만 기자는 “대만에는 임기영 같은 (사이드암) 유형의 투수가 없다. 장필준과 같은 직구를 꽂아 넣을 수 있는 투수도 없다.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투수를 키워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대만에서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인지도는 얼마나 될까. 대만 기자는 “대만에서도 케이블, 인터넷 등을 통해 KBO리그를 접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익숙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독 인기가 좋은 선수로는 구자욱, 이대은 등을 꼽았다. 이유를 묻자 “잘생기고 실력도 좋은 선수들 아닌가”라며 웃었다. 대만 기자는 “구자욱은 비록 이번 대회에선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몇 년 전 대만과 윈터리그를 치를 때는 상당히 좋아보였다”고 덧붙였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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