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7개월 방치’ 진도체육관 ‘엿새만에 칸막이’ 포항 지진 대피소

댓글 1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세월호 가족들, 진도체육관서 칸막이 없이 7개월 생활

포항 지진 9개 대피소에 칸막이·온열매트 설치

누리꾼, 달라진 정부 대처에 “저게 당연한 건데…”



한겨레

진도체육관에 남아 있던 실종자 가족들이 팽목항으로 거처를 옮기기로 결정한 2014년 11월 20일 오후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지난 4월 16일부터 머물던 한서린 체육관을 떠나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짐을 챙기고 있다. 진도/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

2014년 11월20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실종자 가족들은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철수해 팽목항으로 거처를 옮겼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16일부터 219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들은 참사 당일부터 진도체육관에서 철수하는 날까지 7개월 동안 사생활 보호용 칸막이 하나 없이 이불만 덮고 지내야 했다. 이날 목포의 최저 기온은 영상 1도였다. 이들은 24시간 내내 켜진 형광등 불빛 아래서 제대로 잠도 이룰 수 없었다.

한겨레

21일 경북 포항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사생활 보호용 칸막이. 포항/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

지난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 사고 이재민들은 21일로 이레째 흥해 실내체육관 등 9개 대피소에 거주하고 있다. 최저기온이 0도까지 떨어진 쌀쌀한 날씨에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야 하는 이재민들의 피로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일 이재민 대피소에 사생활 보호용 칸막이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온열매트도 설치하기로 했다.

참사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이들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가 3년 만에 확 달라졌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체육관으로 몰려들었다. 길어지는 수색 상황에 실종자 가족들은 사생활 보호용 칸막이 설치를 요구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당시 실종자 가족들의 이런 모습은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피난민들이 머물렀던 체육관 모습과 비교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겨레

2014년 5월6일 진도체육관의 모습. 진도/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2011년 3월11일 일본 지진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2만여 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고, 피난민만 33만 명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는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피해를 본 피난민들을 위해 ‘페이퍼 파티션’(종이 칸막이)을 설치했다. 이재민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려 한 의도였다. 이 모습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누리꾼들은 세월호 참사 가족들에게도 칸막이 설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대피소 모습. 사진 출처 shigerubanarchitect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의사협회까지 나서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스트레스와 건강을 걱정했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팽목항으로 거처를 옮기던 11월 20일까지 7개월 정도 동안 추위와 스트레스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지내야 했다.

한겨레

진도체육관에 남아 있던 실종자 가족들이 팽목항으로 거처를 옮기기로 결정한 2014년 11월 20일 오후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지난 4월 16일부터 머물던 한서린 체육관을 떠나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짐을 챙기고 있다. 진도/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포항 지진과 관련해 정부는 20일 흥해 실내체육관 등 9개 대피소에 사생활 보호용 칸막이와 온열매트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포항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추운 날씨와 여진의 공포 속에서 집을 떠나 하루하루 힘든 생활을 하시는 포항과 인근 주민, 수험생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21일 경북 포항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사생활 보호용 칸막이. 포항/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달라진 정부의 대처에 안도했다. ‘Bear***’은 “진실은 가장 단순한 법”이라고 했고, ‘노**’은 “뉴스에서 칸막이 보는데 제가 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N.Ma***’은 “저게 당연한 건데 그동안 얼마나 이상한 사람들이 대통령을 했으면”이라고 했고, ‘문학***’은 “저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교도소에서 인권을 주장했다는 게 생각나니 더 짜증난다”고 했다.

강민진 기자, 포항/김일우 기자 mjkan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