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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전선익의 재팬톡!] 유치원부터 입시전쟁...日의 '수능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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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교육을 논하다.①
- 日, 에스컬레이터식 진학..유치원부터 '입시전쟁'
- 수능의 치열함...韓보다 한 수 위인 日
- 日 '부의 대물림'...엄청난 학비의 사립 유치원 인기
- 日 명문대학교 '저출산' 대비책으로 부속 유치원 설립...학생 미리 확보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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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으로 흥해실내체육관에 있던 이재민들이 19일 오전 분산 수용되 인근 흥해공고 실내체육관에서 생활하고 있다./사진=서동일 기자 /사진=fnDB
【도쿄=전선익 특파원】느닷없이 포항을 엄습한 규모 5.4의 지진. 많은 이를 눈물짓게 한 포항 지진은 전국의 수능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재난재해로 인한 ‘수능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것입니다. 지진의 나라 일본에서도 한국의 이번 상황은 낯설게 여겨지는지 한국의 ‘수능 연기’를 비중있게 보도했습니다.

니혼TV는 “한국에서 재해로 입시가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시험장이 금이 가고 피난 시설에 머물고 있는 수험생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현 상황을 전했습니다.

NHK는 “학력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전국의 공항에서 항공기 이착륙이 제한될 만큼 수험생을 우선으로 하는 풍조가 있다”며 학력을 우선시하는 한국 사회를 살짝 꼬집었습니다.

사실 학력 우선주의와 입시의 치열함을 따지자면 일본이 한국보다 한 수 위 입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일반적으로 중학교 진학부터 입시전쟁이 시작됩니다. 명문대학교로 가는 첫 번째 관문입니다. 중학교에서부터 학습 내용이 고도화되기에 좋은 중학교에 들어가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야 명문대를 노려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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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TV 드라마 '수험의 신'에서 초등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는 장면 /사진=fnDB
지난 2007년에는 중학교 입시전쟁을 다룬 ‘수험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일본 NTV에서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중학교 입시를 준비하며 겪는 일상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그만큼 중학교 입시가 일본에서는 중요합니다.

이보다 더 빨리 입시전쟁의 길에 들어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특수한 입시라 불리는 유치원, 초등학교 입시. 게이오대학과 와세다대학 등 명문 사립대를 향한 지름길이기도한 이 특수 입시는 상류층 부모들을 중심으로 최근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학교 측도 저출산의 영향으로 가까운 미래에 학생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기가 올 것으로 판단하고 적극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매년 11~12월에 시작되는 유치원, 초등학교 면접 덕분에 최근 수도권 사립 유치원과 사립 초등학교 부근에서는 검은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부모의 손을 잡은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기도 합니다.

각종 입시 정보를 안내하는 수험 웹사이트들은 수도권 유명 사립 유치원의 다음해 입시 정보를 앞다퉈 기재합니다. 유치원 수험생을 둔 부모들을 위해 사립 유치원의 순위와 함께 어떤 시험이 치러지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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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쥬켄 인덱스에서 취합한 도쿄 지역내 유치원 입시 정보. 21일 현재 계속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 빈칸은 아직 유치원으로부터 답을 받지 못한 부분이다. /사진=fnDB
사립유치원에 진학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사립 부속 초등학교 입시를 위해서입니다. 사립 부속 초등학교 진학은 명문 사립대학 입학을 보장하고 있어 ‘대학 입학’과 마찬가지입니다. 사립 부속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경우 일반적인 시험방식이 아니라 내부 진학이나 추천 입시 등으로 일반 수험생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또 공립학교보다 다양한 경험을 시켜줄 수 있는 점과 아이 주변의 환경이 좋아진다는 점 등의 이유로 국립이나 사립의 초등학교 수험에 부모들이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2017년 5월 기준 일본 문부과학성의 ‘학교 기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는 총 2만95개의 초등학교(공립 1만9794개, 국립 70개, 사립 231개)가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희망하는 국립 및 사립 초등학교는 전체의 약 1.5%에 지나지 않아 입학을 위해서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합니다. 같은 의무교육인 중학교의 경우 국립 및 사립이 차지하는 비중은 8.2%(총 1만325개, 공립 9479개, 국립 71개, 사립 775개)입니다. 이 또한 경쟁률이 높지만 초등학교만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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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명 초등학교 원서 작성 가이드'(좌)와 '초등학교 수험 대백과 2018'(우)의 표지 /사진=fnDB
일본 프레지던트사가 발매한 ‘초등학교 수험 대백과 2018’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지난 2013년 게이오대학이 게이오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신설한 ‘게이오 요코하마 초등학교’였습니다. 경쟁률이 무려 11.5대 1(남자 10.6대 1, 여자 12.9대 1)로 명문대학 입시 경쟁률을 능가했습니다. 2위를 차지한 ‘게이오 초등학교’는 10.4대 1(남자 9.1대 1, 여자 13.0대 1)을 기록했고 ‘토요에이와여학원 초등학교’가 10.3대 1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로 토호가쿠엔 초등학교가 7.8대 1, 와세다대학 유일의 계열 초등학교인 와세다 실업 초등학교가 7.5대 1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이런 현상을 놓고 극성스런 교육열이 엄청난 경쟁률을 만들었다며 '부의 대물림'이라고 손가락질 합니다. 사립 유치원을 보낼 경우, 교육비도 막대하게 듭니다. 문부과학성이 지난 2015년 12월에 발표한 ‘학습비용조사’에 따르면 3살부터 사립 유치원을 통해 사립 고등학교까지 아이를 교육하는데 약 1770만엔(한화 약 1억7240만원)의 교육비용이 듭니다. 공립으로 학교를 다니는 비용(약 523만엔, 약 5094만원)에 비해 3.38배나 높은 수치입니다. 사립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자녀를 진학시킨 일본 워킹맘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것은 오로지 학비만을 계산한 것으로 만약 부가활동비(단체여행비, 교재비, 급식비 등)를 포함해 계산한다면 체감상 5배이상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건만 허락된다면 자식을 수능의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을 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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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생 엄마의 페이스북 글
재수생 아들 수능날. 일에 집중 안 될 꺼라 생각해 회사 봉사활동을 신청했던 한국의 한 워킹맘이 있습니다.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된 지난 15일 그녀는 아들을 학원으로 보내고 복잡한 마음을 안고 봉사활동을 하러 집을 나섰다고 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잘하고 오자!” 그녀가 페이스북에 올린 단 한마디에 수험생을 둔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오랜 시간 열심히 준비한 수능생 여러분, 그리고 그 가족분들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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