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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무가베 탄핵절차 개시…'부부세습' 시도가 가장 큰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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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권 없는 부인이 헌법적 권력 찬탈하도록 허용"

부인의 공직자 능멸·고령에 따른 신체상태도 사유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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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권 다잡았던 그레이스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부인의 세몰이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37년간 장기 집권하다 탄핵 위기를 맞은 세계 최고령 지도자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대통령직 부부 승계를 시도한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무가베 대통령이 41세 연하 부인 그레이스(52)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는 부부세습을 시도한 것이 주요 탄핵 사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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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왼쪽)과 퍼스트레이디 그레이스 무가베 최근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무가베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집권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이 제시한 최후통첩 기한인 이날 정오가 지나서도 공식적으로 퇴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집권당 주도의 탄핵 절차가 사실상 시작됐다.

짐바브웨 헌법이 규정하는 대통령 탄핵 사유는 심각한 위법행위를 했거나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헌법을 시행하거나 수호하기를 거부한 경우,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 상태 등이다.

폴 망과나 ZANU-PF 부사무총장은 이날 "(탄핵의) 주요 사유는 그가 부인에게 통치권한이 없음에도 헌법이 부여한 권력을 찬탈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그레이스는 각종 집회에서 공무원과 부통령을 모욕하고 있다. 그 부부는 군부를 헐뜯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그의 탄핵 사유"라고 설명했다.

망과나 부사무총장은 "무가베 대통령은 짐바브웨 헌법 적용을 거부하고 특히 지방 의회 선거를 시행했음에도 지금까지 그들(당선자)이 직무에 투입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무가베 대통령이 "고령으로 국정을 수행할 신체적 능력이 없다"며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함을 시사했다.

무가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는 21일께 시작될 전망이다. 짐바브웨 상·하원 양원이 위원회를 구성해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를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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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무가베, 조건부 퇴진 합의…면책권 보장 대가"
(하라레 AP=연합뉴스) 여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는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이 조건부 퇴진에 합의했다고 미국 CNN이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짐바브웨군 장성들은 무가베 대통령에게 퇴진에 따른 다수의 조건을 제시했다. 제안 사항 중에는 무가베 대통령과 그의 부인 그레이스 여사에 대한 완전한 면책 특권, 개인 자산 지속 유지 등이 포함돼 있다. 사진은 이날 수도 하라레에서 무가베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을 하는 모습. lkm@yna.co.kr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양원에서 표결에 부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다.

망과나 부사무총장은 "21일 탄핵 절차에 들어갈 것이며 탄핵 사유가 너무도 명백한 만큼 22일에는 의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가베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야당이 그의 탄핵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짐바브웨 상·하원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집권당 내에서도 무가베의 탄핵에 찬성하는 기류가 강해 탄핵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탄핵 절차는 빠르면 이틀이면 완료돼 이르면 22일께 무가베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무가베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헌법에 따라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 펠레케젤라 음포코 제2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음포코 부통령은 그레이스 무가베를 지지하는 인물이어서 무가베 대통령을 상대로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는 지난 19일 집권당 대표로 추대됐으며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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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무가베 대통령 부부
[하라레 AFP=연합뉴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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