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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평창올림픽 `바가지`가 나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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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평창 대관령면 중앙광장 평창 2018' 대형 로고 /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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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64] 최근 인터넷 포털에 바가지라는 단어를 치면 절반은 터무니없이 높은 평창올림픽 숙박요금에 대한 문서다. 한 검색창에서 '평창올림픽 바가지'를 쳐보니 425개 뉴스가 올라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평창, 강릉, 정선 일대 숙박업소는 1박에 50만원을 웃돈다고 한다. 평소 이 모텔들의 숙박료가 3만~5만원 수준이니 10배 가까이 뛴 것이다. 1박에 90만원을 부르는 모텔도 있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5성급 해외 고급 호텔 수준이다. 그러지 않아도 평창올림픽을 찾을 국내외 관광객이 매우 적을 거라는 우려가 큰 가운데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개개인이 시장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이니 평창 인근 지역 숙박업자들의 이러한 '특별가격' 책정은 합리적인 경제활동이라 주장할 수도 있겠다. 숙박 수요는 많고 공급이 적은 시장에서 가격을 올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춘 것이니까. 사실 이러한 바가지 씌우기는 그동안 스포츠 분야에서 자연스러운 관행이었다. 경기장 안에서는 식음료가 일반 상점보다 서너 배 비싼 것은 흔한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동안 이러한 관행은 많은 문제를 일으켜왔고 장기적으로 숙박업자들을 포함한 상인들의 이윤도 결국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근래 소비자 심리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거래의 공정성(fairness)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만약 기업이 공정하지 못한 거래를 한다고 느끼면 소극적으로 구매를 하지 않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불공정한 거래에 대해 대가를 치르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 행동이 경제적 손실을 수반하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적극적 정의 바로 세우기 때문에 기업이 큰 곤경에 빠지거나 최악의 경우 무너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일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코카콜라의 사장 더글러스 이베스터(Douglas Ivester)가 "코카콜라는 결승전이 열리는 여름 경기장 안에서 가장 짜릿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으니 더 비싸게 파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강력한 지탄을 받고 결국 사장직에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특히 관광 상품과 같이 소비자의 재방문과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이러한 기회주의적인 기습 가격 인상은 부당한 대우에 실망한 고객들이 다시는 그 지역을 방문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어 상인들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전체에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다. 그야말로 소탐대실의 전형적인 예다. 게다가 이러한 소비자들의 분노는 해당 상품을 공공재로 보았을 때 더욱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평창올림픽 관람은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로 인식하고 있는 많은 국민의 감정이 다른 종류의 바가지요금보다 더욱 노여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같이 올림픽 특수 바가지가 왜 문제인지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얄팍한 폭리 행위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수백 개나 되는 평창올림픽 바가지 관련 기사와 각종 게시판에 넘쳐나는 댓글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대책은 세워져 있지 않아 보인다. 1년 전에도 6개월 전에도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개최·주변 도시 숙박업소의 합리적인 가격 동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효과는 전무한 상태다.

이제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까지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왜곡된 시장경제 논리에 물든 숙박업주들의 자발적 참여에만 의존하는 것은 이미 그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 그렇다고 숙박요금을 강제로 통제하는 법·제도적 수단을 사용하기도 어렵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숙박시설을 6000실 이상 추가하는 대책을 발표 하는 등 대체 숙박시설을 적극 확충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평창 근처에 마련하기 어렵다면 적극적인 교통수단 확보 및 연계를 통해 대체 숙박시설 범위를 확충해야 할 것이다.

한편 국민은 불공정한 숙박 업체를 이용하지 않아야 하며, 불매운동을 펼치고, 불공정한 거래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비판해야 한다. 정부, 강원도, 조직위 모두 나서서 불공정한 '올림픽 특별인상'에 대해 정보를 널리 공유하고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해 업주들이 부담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평창올림픽이 일부 숙박업주들의 주머니 돈 챙기기 때문에 '악덕 바가지' 올림픽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든, 조직위든, 강원도든 효과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김유겸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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