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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화, 김원석 임의탈퇴 아닌 방출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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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이상학 기자] 한화의 결정은 단호했다.

한화는 지난 20일 외야수 김원석(28)을 전격 방출했다. 지난달부터 불거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내용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한화 구단도 방관할 수만은 없었다. 20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캠프 중이던 김원석을 즉시 귀국 조치시켰고, 긴급 회의 끝에 방출이란 강력 철퇴를 내렸다. 방출은 한화가 내릴 수 있는 최대 조치였다.

그동안 KBO리그에선 '임의탈퇴'가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 대한 구단의 징계 수단으로 활용됐다. 1년간 정식선수로 활동할 수 없고, 1년이 지난 후에는 구단의 동의하에 임의탈퇴에서 해제될 수 있다. 최근 5년간 사례를 보면 kt 김상현, 삼성 정형식, KIA 손영민이 임의탈퇴로 선수생활이 묶였다. 그 중 손영민은 지난해 4년 만에 임의탈퇴가 해제돼 선수생활을 재개했고, 김상현은 지난 7월 임의탈퇴 해제 직후 웨이버 공시됐다.

하지만 한화는 김원석에게 임의탈퇴가 아니라 방출이란 한 단계 더 강한 조치를 내렸다. 여기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었다.

▲ 임의탈퇴 불가 기간
일단 규정상 문제가 있다. KBO는 22일 2차 드래프트를 개최한다. 이미 지난 12일 10개 구단의 40인 보호선수명단이 제출돼 있는 상태. 2차 드래프트가 열리는 해는 지명 전까지 임시로 선수 신분 변동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부상으로 재활 중인 선수를 임의탈퇴로 묶어 보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꼼수'를 막기 위함이다. 김원석도 당장은 임의탈퇴가 안 된다.

만약 한화 구단이 김원석을 임의탈퇴하려고 했다면 2차 드래프트가 끝난 직후에 가능했다. 2차 드래프트까지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 관계자는 "우리도 선수에게 어떻게든 기회를 주고 싶었지만 인간적 애정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안 자체가 너무 컸다. 프로야구 전체 품위가 손상된 행위라 방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화는 SNS 논란이 처음 논란이 된 지난달 일본 교육리그 도중 김원석을 귀국 조치했고, 자체 벌금으로 주의를 줬다. 그러나 이후로도 팬과 나눈 SNS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코칭스태프뿐만 아니라 구단, 동료 선수, 치어리더, 팬에 충청 지역과 대통령까지 비하해 내용이 포함돼 큰 충격을 줬다. 야구팬들의 공분을 한화 구단 자체적으로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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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선 선수단 마음
김원석의 SNS 대화 내용은 팬들뿐만 아니라 선수단 사이에도 빠르게 퍼졌다. 지난달 코칭스태프의 기용법을 비난한 내용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잘못했지만 있을 수 있는 일" 정도로 치부됐다. 야구단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든 상사에 대한 뒷담화는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구단에서도 자체 징계를 내렸고, 그렇게 조용히 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그 이후 구단, 동료 선수 비하가 나오자 선수단도 그에게 등돌리기 시작했다.

한화의 한 베테랑 선수는 "어떻게 해서 다시 들어온 구단인데 이런 식으로 비하할 줄은 몰랐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는 "함께 땀 흘리는 선배, 후배를 조롱하는 건 있을 수 없다. 구단이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선수들 의견을 모아 구단에 강력 조치를 건의했다. 또 다른 선수도 "내용이 그렇게 심할 줄 몰랐다. 선수들도 많이 놀라고 실망했다"고 귀띔했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도 김원석은 외톨이였다.

한화 관계자는 "김원석이 일본 캠프에서도 이번 논란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자체 면담을 갖고, 한용덕 감독님께서도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기 위해 조용히 지켜보셨다"며 "한 선수의 야구 인생이 걸려있는 문제였다. 구단에선 어떻게든 안고 가려 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선수들과 같이 야구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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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읍참마속, 일벌백계
김원석은 주전 선수는 아니지만 우여곡절 많은 스토리로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지난 2012년 투수로 입단했지만 1년 만에 방출됐고,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을 거쳐 외야수로 한화에 재입단했다. 한화 관계자들도 김원석에게 남다른 애정을 쏟으며 스타 만들기에 나섰다. 팀 전력으로 봐서도 한화에 몇 없는 우타 외야수로 가치가 있었다.

한화 관계자는 "안타깝고 참담하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구단도 회의 막판까지 방출 여부를 놓고 고민했다. 그래도 임의탈퇴보단 방출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안타깝지만 단호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과 달리 여러 환경이 바뀌었고, 선수들도 이제 그만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다른 선수들도 확실하게 경각심을 가질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한화뿐만 아니라 여러 구단의 선수들이 SNS 문제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구단들마다 자체적인 교육을 하고 있지만 다 큰 성인들에게 강제할 순 없는 일이다. 한화 관계자는 "교육보단 강력한 조치가 더 큰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석을 향한 한화의 일벌백계가 KBO리그 전체에 SNS 논란 재발 방지를 위한 교훈이 돼야 할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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