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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법인으로 세금폭탄 피하자”…불법과 편법 줄타기하는 ‘탈세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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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양도세 중과의 그늘

정부 다주택자 증세 드라이브에

개인들 부동산법인 설립 열풍

세율 낮고 성실신고 대상 아닌 탓

비용 계산, 양도차익 규모 축소

부동산 강의들서 편법 안내 심각

"전형적 탈세 수법" 전문가들 우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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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마트에서 장 보는 것, 노래방 가는 것도 모두 비용처리가 가능하고 부모님도 직원으로 등록해 건강보험료를 아낄 수도 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한 경매학원. 평일 밤에 열린 강의인데도 청강자들로 강의실이 북적였다. 좌석이 모자라 서서 강의를 듣는 이도 눈에 띄었다. 강사 임모(40)씨가 자신을 부동산법인을 설립해 100여 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전업투자자라고 소개하자 부러움이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임씨는 “부동산법인을 통하면 손해도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의 성공담을 자랑스럽게 펼쳐놓았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강력하게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부동산법인 설립을 고려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법인이 부동산을 소유해 임대소득을 얻는 주체가 되고 개인은 법인의 주주가 돼 소유권과 경영권을 갖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법의 허점을 이용해 차익을 줄이고 세금을 피하려는 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등록 대신 법인화 고민

업계에 따르면 세원 노출 등으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꺼리는 다주택자들에게 법인 설립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사업자는 성실신고확인대상이지만 법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실신고확인제는 성실한 소득 신고를 위해 수입이 일정 규모 이상인 개인사업자가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사업소득 계산의 적정성을 세무사(세무대리인)에게 확인받도록 한 제도다. 만약 허위·부실신고 사실이 발견되면 세무사에게 최대 2년 이하 직무정지와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특히 내년부터는 일단 성실신고확인 대상으로 지정된 후 법인 전환을 하면 법인 역시 3년간 성실신고를 해야 하므로 올해 안에 법인을 설립하려는 개인 임대사업자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도 법인이 개인보다 훨씬 낮다. 올해 발표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개인 소득세율이 한 구간 더 추가돼 3억원 이상~5억 이하는 40%, 5억원 초과는 42%로 최고세율이 2%포인트 더 올라간다. 법인 역시 세율 구간이 한 단계 더 늘어 4단계 최고세율이 25%로 상향조정되지만 여전히 개인사업자보다는 세 부담이 적다.

물론 배당을 받을 때는 배당소득세(2000만원 이하 15.4%)를, 배당하지 않더라도 미환류 소득에 대해서는 추가 법인세를 10% 세율로 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법인 운영 과정에서는 추가 세금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비용을 최대한 늘리고 수익을 줄이는 방식이 빈번히 이뤄진다.

실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 회사인 ㈜정강도 이같은 방식으로 운영됐다. 부동산 임대업체인 정강은 직원이 없는 회사이지만 차량 유지비 등 각종 영업비용만 1억 3993만원(2015년 기준)에 달했다. 그 결과 3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1억 5000여만원까지 줄어들어 법인세는 969만원만 납부할 수 있었다.

법인은 양도 차익을 줄이기 위해 다운계약서(실제 거래가격보다 낮게 쓰는 것)를 쓸 필요도 없다. 법인은 매매가격의 3% 범위에서 컨설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 비용만큼 차익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다운계약서를 쓴 효과가 나는 것이다. 지난 7월 유령 컨설팅업체 4곳을 차리고 가짜 컨설팅 계약서와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이용해 회계장부를 조작한 손모(43)씨가 조세법 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세무조사 피하려면… 자본금은 적게”

법인을 활용한 편법·탈세 행위가 버젓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이같은 행위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강연에서는 세무조사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됐다. 임씨는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 가장 좋은 자본금 범위는 “500만~1000만원”이라며 “자본금을 더 늘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법인끼리 상부상조하는 방식도 권했다. 서로의 가족을 상대방 법인에 직원으로 등록해 급여를 지급하거나 허위 컨설팅을 해주는 방식이다. 임씨가 “투자는 함께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자 수강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이를 받아적었다.

이같은 투자는 대부분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본금 1000만원 짜리 법인에 대표이사로 등록한 실질적인 소유주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전세금을 받아 이를 다시 소유주에게 갚는 방식이다. 임씨는 경기도 일산 아파트를 이같은 방법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날 강의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세입자가 전세권이나 질권을 설정하지 말도록 해라는 내용도 나왔다. 전세권·질권 설정을 할 경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바로 경매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전입신고만 했을 경우, 임차권등기절차를 진행한 뒤에야 경매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씨는 “약 6개월이라는 싸울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임씨는 영등포구 한 아파트의 보증금 2억 3000만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없으니 경매를 통해 받아가라는 것이다. 이 집은 임씨의 가족 명의로 돼 있지만 사실상 임씨가 주인이다. 그는 가족, 친지 등 14개의 명의를 확보해 경매시장에 참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소규모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가 허술하다는 허점을 활용한 전형적인 탈세 수법”이라면서 “정부가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편법·불법이 활개를 칠 경우 정책 효과도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부 소규모 법인들이 세무법망을 피해 비용 부풀리기를 통한 탈세를 시도하고 있다”며 “사후검증이나 신고를 통해 탈세 정황을 포착하면 세무조사에 들어가고 탈세여부가 확인될 경우 최고 40%까지 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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