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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불황의 역설…골목상권 부활에 소형 상가 '귀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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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본 창업 자영업자 늘어

소형상가 임대료 2년새 12%↑

중대형은 2.3% 줄어 '대조'

경기불황에 취업난 여파로

33㎡ 안팎 작은 상가 인기 쑥

젠트리피케이션 확산 우려도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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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경기 불황의 여파로 소자본 창업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골목상권에 자리잡은 소형 상가 몸값이 치솟고 있다. 매물도 많지 않고 가격(임대료)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대형 규모의 상가가 몰린 서울 도심과 강남권에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빌딩이 점차 늘면서 임대료가 떨어지고 있는 것과 딴판이다.

◇서울 소형 상가 임대료 2년 새 12.6%↑

20일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지역 소규모 상가(2층·연면적 330㎡ 이하)의 3.3㎡당 임대료는 2015년 3분기 15만3700원에서 올해 3분기 현재 17만3000원으로 2년 새 12.6% 올랐다. 같은 기간 중대형 상가(3층·연면적 330㎡이상) 임대료는 3.3㎡당 20만300원에서 19만5600원으로 오히려 2.3% 떨어졌다. 유사 업종을 영위하는 다수의 상가가 모여 있는 형태의 집합상가의 임대료는 16만5800원에서 17만3000원으로 4.1% 오르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황과 취업난 여파로 작은 상가를 찾는 창업 자영업자들이 늘고, 한동안 외면받던 골목상권이 부활 움직임을 보이면서 소규모 상가의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한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소비자들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직접 상가를 찾아가는 소비 풍조가 확산하면서 상가 투자에 있어 업종과 입지 못지 않게 마케팅, 이벤트 등 영업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경리단길(용산구 이태원동), 망리단길(마포구 망원동), 샤로수길(관악구 서울대입구), 연트럴파크(마포구 연남동) 등이 골목상권에서 시작돼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잡은 주요 사례로 꼽힌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과 뚝섬역 인근 맛집과 카페들이 유명세를 타면서 성동구 성수동 일대 골목에 위치한 소규모 상가 임대료가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성수동에 있는 한 상가건물(1층 전용 45㎡) 임대료는 3년 전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2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보증금 5000만원에 250만원 수준으로 2배 가량 올랐다.

소규모 상가는 주로 이면도로나 주택가에 들어서 있으며, 1호당 전용면적이 33㎡ 안팎의 작은 평형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입소문을 타고 오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을 경우 유동인구가 많은 큰 길이나 뒷쪽 길가에 있는 등 입지적인 면이나 소비자의 동선, 가시성에 따라 임대료는 천차만별이다. 마포구 연남동에서 용산구 효창동까지 이어지는 길이 총 6.3㎞의 ‘경의선 숲길 공원’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연남동 일대도 최근 소규모 상가가 발 디딜틈 없이 빼곡하다. 연남동 S공인 관계자는 “경의선 숲길 바로 앞 큰 길가에 1층 상가(전용 33㎡)를 얻으려면 권리금 1억5000만원에 보증금 5000만원, 임대료 300만원은 생각해야 한다”며 “유동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뒷쪽 골목 안쪽에서는 보증금과 월세가 절반 규모로 줄어들 정도로 갭이 크다”고 말했다.

◇높은 임대료 탓에 중대형 상가 인기 시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중대형 상가는 높은 임대료 탓에 인기가 시들해진 편이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한 상가건물은 건물 전체의 30% 가량이 1년 이상 공실로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최근 1층 전용 33㎡ 상가의 월세를 5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20% 낮췄지만, 덩치가 워낙 커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다”고 전했다.

소규모 상가 인기는 기존 상인들을 타지역으로 내쫓는 젠트리피케이션(상가 내몰림) 현상도 야기하고 있다. 잦은 상권 변화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역을 떠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제도적 보완장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올 7월 발표한 젠트리피케이션 지역 분석에 따르면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의 최근 2년간(2015년7월~2017년 6월) 임대료는 10.16%나 뛰었다. 또 성수동(6.45%), 홍대(4.15%), 가로수길(2.15%) 등도 전국 평균(1.21%)은 물론 서울 평균(1.73%)에 비해 임대료 상승폭이 컸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상가 투자는 오피스텔 등 다른 수익형 부동산에 비해 초기 자본 투자금이 많이 들고 실거주가 가능한 주택에 비해 공실(빈 상가) 리스크도 큰 편”이라며 “권리금 법제화에 이어 현행 5년의 영업기간을 10년으로 보장하는 등 영업권 보장기간을 연장하는 제도를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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