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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평창 롱패딩 대박… 올림픽도 성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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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기념 롱패딩 제작,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가성비 최고… 3만장 거의 동나

롯데百 주문, 인도네시아서 생산… 라이선스·중간상 없애 단가 낮춰

"추가 생산은 다각도로 검토 중"

"이렇게 대박 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처음엔 3만장도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기 품절' 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롱패딩(일명 평창롱패딩)을 제작한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20일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했다. 탑텐·지오지아·폴햄 등 7개 브랜드를 갖고 있는 신성통상은 나이키·아디다스·월마트 등 30개 외국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 수출을 하는 의류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1조3600억원(비상장사 포함), 전 직원 수는 3만1000명(해외 포함), 생산 공장은 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니카라과 등 4곳이다.

염 회장은 "처음 롯데로부터 패딩 제작 요청을 받았을 때는 지난 9월로, 북핵 논란으로 거래처인 월마트 관계자들이 한국 방문을 거부할 때"라며 "이대로 가다간 평창올림픽이 큰일 나겠다 싶었다. 나는 옷을 만드는 사람이니 이걸로 최대한 돕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이 20일 서울 둔촌동 본사 내 집무실에서 평창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들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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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라이선스 사업자 계약을 맺고 지난달 30일부터 롱패딩, 장갑, 후드티 등 120개 품목을 온라인과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롱패딩은 3만개가 제작돼 현재 2만3000개가 팔렸고, 22일 남은 물량 7000장이 백화점부터 입고된다.

염 회장은 "판매가가 싸다고 해서 올림픽을 대표하는 제품을 저가(低價)로 만들 수는 없었다"고 했다. 평창롱패딩은 거위 솜털 80%와 깃털 20%로 제작된다. 거위 솜털은 '구스다운 8020'으로 시중 최고급이다. 그룹 타 브랜드인 폴햄 등과 같이 발주해 단가를 낮췄다. 비슷한 제품은 시중에서 5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안감과 겉감도 고급품을 썼다.

염 회장은 "생산을 인도네시아 자체 공장에서 한 후 백화점 납품까지 직접 다 해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며 "해외 브랜드처럼 라이선스도 붙지 않고 중간상도 없을뿐더러, 판매처인 롯데백화점도 마진을 거의 포기해 가성비 최고의 제품이 나왔다"고 했다. 추가 생산에 대해서는 "충전재 발주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정이지만 국가적인 행사인 만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염 회장이 5년 전 출시한 국내 SPA 브랜드 '탑텐' 등 신성통상 기존 브랜드들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당시 국내 시장을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잠식하자 "일본 기업이 국내 시장을 다 흡수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생각에 론칭했다. "평창롱패딩 인기를 계기로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 탑텐을 론칭해달라는 요청이 많지만, 국내 시장에서 좀 더 자리를 잡고 3년 뒤쯤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염 회장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무역업에 종사하다 1983년 가방 제작·수출사인 '가나안'을 창업했다. 2002년 부도가 난 대우 계열사 '신성통상'을 인수하며 의류업에 진출했다. 1990년대 말 '이스트팩'을 이긴 국내 가방 브랜드 '아이찜'을 만든 것도 염 회장이다.

앞으로 목표는 "사람들이 소니 대신 삼성 가전을 사고, 시세이도 대신 아모레퍼시픽을 바르듯, 유니클로 대신 탑텐을 입도록 해 세계에 'K패션'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본사 1층에 60명 규모로 연구개발 센터도 열었다. 그는 "해외 브랜드가 단기적으로는 돈을 벌 수 있지만, 결국엔 국내 브랜드로 승부해야 노하우도 쌓이고, 장기적으로도 승산이 있다"며 "30곳에 달하는 거래사들이 원하는 품질 기준을 모두 맞춰줄 수 있는 기술력이 자산"이라고 했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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