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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서초동 25시] '유시민 딸 사건' 놓고 검찰 내부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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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 2015년 車路점거 시위하다 교통방해죄로 기소… 1·2심 무죄

대검·수사팀 "대법 가보자" 의견… 윤석열 지검장 "상고하지 마라"

일각선 "공안부 견제의도 아니냐"

조선일보

적폐 수사가 한창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최근 뜬금없이 유시민 전 의원의 딸 유수진〈사진〉씨가 화제가 되고 있다. 유씨는 시위에 가담했다가 일반교통방해죄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런데 검찰이 최근 상고를 포기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검사들 사이에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유씨는 2015년 11월 1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주도로 출범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개최한 '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이 대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에 항의하는 주장을 펼쳤고, 일부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유씨는 이날 오후 10시 45분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 부근 차로를 점거했다가 일반교통방해죄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지난 8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를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집회 당일 오후 3시 3분 시위대 움직임에 대응해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면서 주변 차량 통행이 차단된 것이지 7시간이나 지난 상황에 차로를 점거한 유씨 때문이 아니다"는 이유였다. 지난 9일 항소심도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때부터 검찰 내 논란이 시작됐다. 수사팀에서는 이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일반교통방해죄와 관련해 법원이 이를 폭넓게 인정하다 최근 무죄를 선고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으니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자는 것이었다. 대검에서도 "일반교통방해죄와 관련해 법원의 판결 흐름이 변화하는 것 같으니 최종심인 대법원 판례를 남겨 앞으로 수사에서 혼란을 피하자"며 상고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수사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상고하지 않았다. 유씨의 새로운 범죄 사실이 추가되지 않을 경우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 중앙지검 간부들이 "무리한 상고로 비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정도(正道)"라며 수사팀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주일간의 상고 기간이 지나 지난 17일 유씨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다.

이를 두고 검찰 내 의견은 엇갈린다. 한 검찰 관계자는 "같은 사안에 대해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상고 포기를 해 버리면 앞으로 시위 관리·감독이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반면 무죄 가능성이 높은데 형식적으로 상고하던 관행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검사들도 있다.

검찰 일각에선 이번 일을 두고 검찰 수뇌부가 유시민 전 의원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다른 한편으론 공안부를 견제하려는 윤 지검장의 뜻이 깔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수 수사를 많이 했던 윤 지검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다 검찰 지휘부와 마찰을 빚은 뒤 좌천됐다가 이 정권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이 됐다.

[윤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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