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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KB금융 주총 ‘사외이사 노조 추천’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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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이사제’ 안건 국내 첫 사례

“경영 투명성 실현” “지금도 충분”

국민연금 찬성에도 다수는 반대



경향신문



“이의 있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안건 보고는 끝난 다음에 말해!”

늘 조용하던 은행 건물 안에서 고성이 오갔다.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 현장에서다. 이날 주총에서 100석이 넘는 좌석은 주총이 열리기 한 시간 전부터 꽉 찼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이 의사진행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자주주석에서 고함이 터져나왔을 정도다.

주총 4개 안건 중 논의의 중심에 있던 것은 노동조합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이었다. 앞서 KB국민은행 노조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 제안을 통해 주총 안건에 올렸다. 대표이사에게 집중된 권한을 견제하고, 대표이사로부터 독립적인 의견을 내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지배구조를 더 건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노조 추천 인사를 사외이사로 넣는 ‘노동이사제’가 주총장에 안건으로 올라와 논의되는 것은 국내에서는 첫 사례라 큰 관심을 모았다.

노조 제안 사외이사 선임 건을 놓고 주주들의 날선 의견이 오갔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현재 KB금융의 대표이사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참여하도록 돼 있어 사외이사들이 안건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어렵고 실제로 안건에 반대한 사례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 제안으로 추천된 사외이사 선임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의 투명성, 주주 이익 실현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주주도 “이 안건은 노동자만 위하는 ‘노동’이사제라기보다 기업 경영의 독재적 구조가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KB금융 전체 주식의 9.79%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주총에 앞서 이 안건에 찬성 입장을 내기로 결정한 것이 설득력을 더했다.

하지만 또 다른 주주는 “현재 KB금융 이사회는 경영이나 회계, 재무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고 합리적 의사결정이 내려질 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며 “하승수 후보의 약력도 훌륭하나 지금 이사회의 전문성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KB금융 주식의 70%가량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도 노동이사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결국 다수 주주의 반대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은 부결됐다.

KB금융 주총을 계기로 노동이사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거세게 일지 주목된다. 윤종규 회장은 이날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의 제안이 자칫하면 노조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니 어떻게 기업가치를 증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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