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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밀착카메라] 공사장·바닷가로? 이상한 '지진 대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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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 지진이 난 포항에선 지난 4월부터 지진 대피 지도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진 대피소로 지정된 곳들 가운데 공사장이나 바닷가 같은 곳도 있습니다. 차라리 집이 낫겠다는 주민도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땅과 건물이 흔들리자 사람들이 뛰쳐나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주변을 서성입니다.

[원효빈/경북 포항시 남성리 : 근처에는 대피할 장소가 없어서… 오히려 도로가 좀 안전한 상황이었어요.]

[김수철/경북 포항시 두호동 : 공터 같은 데 차 세워놓고 그냥 있었어요.]

포항 장성동입니다. 진앙지였던 흥해읍과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지진의 충격이 아파트 벽면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요. 하지만 이곳은 아파트 밀집지이기 때문에 대피할 만한 공터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포항시에서 안내하는 이 지진 대피소 사이트에 들어와 봤는데요. 제가 있는 이곳에서는, 이 양서초등학교로 대피하라고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안내된 곳으로 한 번 가보겠습니다.

지도에서 안내한 대로 근처에 있는 대피소에 와봤습니다. 이 초등학교인데 여전히 공사 중인 곳인데요. 이 안쪽으로 들어와 보시면요. 지진 당시에 떨어진 벽돌들이 이렇게 산산조각 나 있고요. 이곳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이 벽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비계 위에는 벽돌과 시멘트 포대가 쌓여있습니다. 지진이 나면 떨어지기 쉬운 자재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공사장 인부 : 지금 공사현장에 안전한 곳은 없어요. 지진피해로 (벽돌이) 다 떨어졌거든요.]

인근의 다른 대피소도 공사 중인 학교입니다.

이곳에선 지난 8월 건물 외벽의 가설물이 추락하면서 인부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관할 주민센터는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입니다.

[주민센터 관계자 : 작년에는 공한지(빈 땅)라서 지정을 해뒀는데요. 내년 3월에 건설이 되니까 그 뒤에는 (학교) 운동장을 대피장소로…]

[심인석/경북 포항시 양덕동 : 주민들은 지금 당장이 급하거든요. 완공하고 나서도 계속 쓸 거니까 안내를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전혀 아니다…]

포항시는 총 415곳의 대피소를 지정해 위치에 따른 대피로를 화살표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대피소로 지정된 또다른 학교는 지반이 내려앉아 건물을 여러 차례 재시공한 곳입니다.

이번 지진으로 계단 틈새가 벌어지고 경계석이 뒤틀리는 등 피해를 봤습니다.

건물과 맞붙어있어야 할 보도블록이 완전히 흐트러져있고요. 이 뒤쪽으로 와보시면요. 이 바닥이 한쪽으로 완전히 이렇게 기울어있어서 펜을 떨어트리면 빠른 속도로 굴러갑니다.

바닷가 인근 마을은 더욱 불안합니다.

포항 흥해읍의 한 마을입니다. 지진이 났을 때 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고 안내를 하고 있지만, 바닷가와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서 해일이 몰려올 경우 대피가 어렵습니다.

[마을 주민 : 여기는 무조건 저기 산으로 올라가야지. 마을회관도 바로 (바다) 옆이니까…위험하죠.]

이렇게 바닷가 바로 옆에 지정된 대피소는 40여 곳. 포항시는 해일이 발생했을 때의 대피소는 따로 있다고 해명했지만 위급 상황에서 개인이 해일이 올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포항 지역 전체 대피소 중 절반 이상은 마을회관입니다.

결국, 현장을 둘러보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마을회관과 학교를 대피소로 지정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진수/경북 포항시 양덕동 : 공사장 자체를 지진 대피소로 쓰는 것 자체가 제가 볼 때는 어불성설인 것 같아요. 대피소보다는 집이 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강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은 여전히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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