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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토종 '음성인식 스피커'… 거실을 선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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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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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인식 스피커로 거실을 공략하라!'

아마존(제품명 에코), 구글(구글홈)', 애플(홈팟)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격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통신·인터넷포털·가전 업계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인터넷 포털들이 작년 말부터 줄줄이 신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삼성전자·LG전자도 시장 경쟁에 가세했다. LG전자가 19일 씽큐허브를 출시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수한 최고급 스피커 브랜드 하만과 음성 인식 AI '빅스비'를 결합시킨 스피커를 내년 8월 이전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최종원 숙명여대 교수(소프트웨어학부)는 "음성 인식 AI 스피커는 PC와 모바일에 이은 새로운 인터넷 접속 수단"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이 정밀해질수록 점점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스피커가 쇼핑·검색 등 인터넷 서비스로 연결되는 새로운 관문이자 스마트홈의 허브(중심)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음성 인식 스피커 춘추전국시대

SK텔레콤은 작년 9월 '누구'를 선보이며 국내 AI 스피커 시장에서 맨 먼저 포문을 열었다. KT도 지난 1월 '기가지니'를 출시하며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KEB하나은행과 손잡고 환율과 계좌 조회, 거래 내역 조회 등 금융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했고, 내비게이션 서비스 티맵이나 스마트워치와 연계한 새로운 기능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KT 기가지니의 경우 단독 기기형 스피커와 달리 TV 셋톱박스와 연계해 음성뿐 아니라 TV 화면으로도 금융·교통·날씨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다음 달에는 LG유플러스가 음성 인식 스피커를 내놓을 계획이어서 통신 3사(社)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 강민호 KT 기가지니 담당 상무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기존 PC나 모바일 제품과 달리 가구 가입자 기반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통신·방송 분야에서 수십년간 홈 시장을 공략해온 KT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했다.

지난 8월 출시된 네이버 AI 스피커 웨이브는 검색에 강점이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국내 최대 포털로 콘텐츠 기반이 가장 풍부하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쓰는 음성 인식 AI는 영어·중국어·일본어 단어를 찾을 수 있는 사전 기능이 뛰어나다. 네이버는 기존 웨이브 외에 라인 캐릭터를 활용한 '프렌즈'도 내놨다. 카카오가 지난 9월 출시한 카카오미니는 음성으로 카카오톡 메신저를 보낼 수 있다. 또 국내 1위 음악 서비스 멜론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멜론의 음악 데이터 베이스를 통한 음악 추천 기능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했다. LG전자 씽큐허브는 냉장고·로봇청소기 등 집 안에 있는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음성 인식 AI를 통해 새로운 산업 분야로 진출"

국내외 대표 기업들이 AI 스피커 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는 이유는 앞으로 AI 스피커를 장악하는 기업이 인터넷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성 인식 AI는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서 자동차·백화점 등 일상 곳곳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 예로 현대자동차가 북미 시장에 출시하는 제네시스 자동차에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AI 솔루션인 알렉사가 탑재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 10년이 모바일 전성기였다면, 다가올 10년은 AI의 시대"라며 "음성 인식 스피커를 통해 이용자들의 취향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승패를 가르는 또 다른 변수는 빅데이터다. AI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밀한 음성 빅데이터 분석이 핵심이다. SK텔레콤이 인공지능 '누구'를 T맵과 연동시키고, LG전자와 네이버, 삼성전자와 카카오가 포괄적 제휴 관계를 맺는 것도 더 많은 사용자와 함께 음성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IT 업계 관계자는 "음성 인식 AI를 장악하는 기업이 향후 스마트폰과 가전 시장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라며 "주요 업체들이 앞으로 수년 동안 가입자와 빅데이터 확보를 위해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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