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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뉴스+] '콕 찍어서 저기'… 드러나는 ‘정치적 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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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내용 살펴보니 / 태광실업 조사권 남용 정황 / 부산지역 기업, 서울청서 교차조사 / 신청부터 조사 착수까지 일사천리 / 자체조사 끝나기도 전에 검찰 고발 / 盧 前대통령 수사의 단초로 이어져 / 김제동 소속사 조사도 의심 / 촛불시위 참석한 연예인에 보복성 / 서류 확인 안됐지만 언론보도 근거

세계일보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로 이어진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이후에 무리한 검찰 수사 논란을 낳았고, 끝내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진 비운의 서막이었다. 이 때문에 이명박정부 측이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정치적 표적 조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정치적 세무조사라는 의혹을 사온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이번 TF의 발표로 기정사실화된 만큼 책임자 규명 요구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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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실업 세무조사 과정 전반에 조사권 남용 정황”

TF는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대해 “조사 과정 전반에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발견된 사례”라고 못박았다.

국세청이 특별세무조사에 나선 건 2008년 7월 말이었다. 부산에 있는 기업이지만 교차조사라는 명목으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동원된 대규모 조사였다. TF는 이를 두고 “교차조사 신청부터 조사착수까지의 절차가 짧은 시간에 신속하게 이뤄진 점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TF는 △관련 기업 수십 개를 추가로 조사선정하는 등 조사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됐고 △조사착수 직전 관할조정 승인을 받는 등 조사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TF는 특히 국세청이 자체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검찰에 고발조치한 것은 통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당시 국세청 고발을 받은 검찰은 즉각 대검 중수부에 사건을 배당,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박 회장 측으로부터 640만달러가량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4월 30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고, 5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세청은 앞으로 검찰 고발 과정에서 정상적인 내부 절차를 준수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 조치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세청의 내부 조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청와대의 하명에 의한 것인지,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는지 등의 의혹이 규명될지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TF는 국세청장을 상대로 “공소시효의 도과 여부 등 법적 요건을 검토해 적법 조치하고 강도 높은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또 조사권 남용 수단으로 비판을 받은 교차조사에 대해서는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하고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의 객관적인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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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국세청 기획조정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국세행정 운영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뉴스1


◆“김제동 소속사 세무조사 등서도 조사권 남용 의심정황”

TF는 촛불시위에 참여한 연예인 소속 기획사에 대해 보복성 세무조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서류상으로는 조사권 남용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문건을 볼 때 조사권 남용을 의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세청이 김제동, 윤도현 등 촛불 관련 연예인 세무조사를 했고 당시 조사국장이던 김연근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국정원과 접촉해 세무조사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 의사였던 김영재씨의 중동 진출 안에 부정적 의견을 낸 컨설팅업체에 대해서도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냈다.

컨설팅 업체인 DW커리어 이현주 대표는 2014년 청와대 측의 요청으로 김영재의원의 중동 진출 방안을 검토한 다음 부정적 의견을 냈다가 이후 보복성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TF는 이와 관련, “탈세 제보를 토대로 한 조사임에도 주 조사 대상자에 대한 세금추징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서 개별 탈루 혐의 분석 내용에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고위관료가 국세청 세무조사에 관여했다는 특검 수사 과정의 진술 기록 등을 근거로 조사 대상 선정과 관련해 조사권 남용 정황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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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입수한 ‘안종범, 박채윤 등의 특검 진술조서’에 따르면 비선실세에게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국세청에 보복성 세무조사를 지시하고, 관련자의 공무원 남편과 동생이 인사조치당한 정황이 드러난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 한 청와대 비서관이 ‘이현주에 대한 세무조사 건은 안종범 수석이 우병우 민정수석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세청에 지시하여 세무조사를 하도록 지시하여 조치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4월쯤부터 이 대표 가족이 운영하는 3개 회사에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가 있었고, 기획재정부에 근무하는 이 대표 남편과 동생은 부당한 인사조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TF는 보복성 세무조사로 의심되는 이들 3건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고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처리할 것을 권고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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