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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금융권 노동이사제 시도 수포로…왜 부결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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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KB금융 2017 임시주주총회


출석 주식수 대비 찬성률 17.73%…외국인 주주 70% 반대한 듯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 반대…해외 투자자들에 영향 커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금융권의 첫 노동이사제 도입 시도로 주목받았던 KB금융지주의 노조 추천 사외이사의 선임이 결국 무산됐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등이 반대 의견을 던진 것이 지분 70%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KB금융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 지부(KB노조)가 주주제안한 3호 의안 사외이사 후보 하승수 변호사 선임의 건은 주식 수 대비 찬성률 17.73%로 끝내 부결됐다.

최대주주로 KB금융 주식 9.68%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찬성표는 8% 안팎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KB노조는 불투명한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하승수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하 변호사는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으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등을 거쳐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KB노조는 지난 6일께부터 외국인 주주들과 접촉하며 의결권 대리 행사를 설득해왔다. 당시 KB노조는 "외국인 주주들 중에서도 KB금융의 기존 지배구조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있다"며 성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며칠 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반대 권고를 보고서를 통해 "하승수 변호사의 정치 경력이나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지 불명확하다"며 "기존 이사회에도 법률전문가가 포함돼 있어 전문성이 중복된다"고 반대 권고했다.

ISS는 전 세계 1700여개 대형 기관투자자에게 찬반 형식으로 의견을 제시한다. 특히 해외 투자자의 경우 투자 대상 기업이 속한 국가 사정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ISS 보고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사례처럼 ISS가 그룹 경영 문제에 있어 자문을 할 때마다 상당한 파급력을 미쳐온 바 있다"며 "임금 인상 등 수많은 노사 충돌이 벌어질 때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외국인 주주를 중심으로 파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노동이사제는 부당 인사나 독단적 경영 등을 감시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입장과 주주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이나 의사결정 지연 등 경영 비효율성을 우려하는 입장이 팽팽하게 부딪혀왔다.

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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