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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황병서-김원홍 사라졌다…김정은 공포정치 재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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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황병서, 김원홍 처벌 첩보", 처벌 수위나 이유는 확인 안돼

집권후 군→당→정보기관 처벌했던 김정은 다시 공포정치 시작

그동안 무풍지대였던 총정치국이 대상

김정은 시대 들어 처벌의 칼날을 피해왔던 북한군 총정치국이 도마에 올랐다.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 주도로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총정치국 제1부국장을 처벌했다는 첩보가 있다“고 보고 했다. 정보 당국은 이들에 대한 처벌 시기나 수위에 대해서는 “확인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김정은의 현지지도를 그림자처럼 수행해 오던 황병서의 '김정은 동행'은 9월 21일 황남 과일군 과수원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3월 김정은의 만경대혁명학원 현지지도를 수행했던 황병서는 지난달 13일 방문 때는 빠졌다. 다만, 공개석상에는 지난달 12일 만경대혁명학원, 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0주년 기념보고대회까지 나왔다. 그러니 그가 처벌을 받고 활동을 멈춘 건 지난달 13일 이후가 되는 셈이다.

국정원은 앞서 지난 2일에도 “미사일 발사 축하행사를 1면에 게재하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노동신문사 간부 수명을 혁명화 조치(지방의 공장이나 농장으로 보내 육체노동을 하고 반성문을 쓰도록 하는 벌)하고, 평양 고사포(대공포) 부대 정치부장을 부패혐의로 처형했다”고 보고했다.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9월 21일 황남 과일군 과수원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이 날 이후 황병서(왼쪽 끝) 총정치국장의 대외 활동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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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정치국은 인민군을 정치 사상적으로 지도하는 군내 최고 권력기관이다. 소위 ‘군심’(軍心)을 좌우하는 핵심 기관이다. 김정은은 집권 직후 이영호 총참모장과 장성택을 필두로 노동당 간부 등을 숙청 및 처형하면서 길들이기를 해왔다. 또 지난해엔 국정원 격인 국가안전보위성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처형도 있었다. 이러는 동안에도 그간 총정치국은 무풍지였다. 하지만 황병서와 김원홍의 처벌로 군→노동당→정보기관→총정치국으로 권력 손보기가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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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야기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진행된 남북고위급 접촉 대표로 참가한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황병서 북한군 총참모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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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보고가 사실이라면 최용해 당 부위원장과 권력 서열 2~3위를 다투는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지난 4월 복권된 김원홍에 대한 처벌이라는 점에서 특정권력 기관의 독점을 허용치 않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원홍은 국가안전보위상을 맡았던 올해 초 혁명화 조치를 당한 뒤 4월 총정치국으로 복귀해 6개월여 만에다시 처벌을 받게 됐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은 집권 이후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데 이어 권력 2인자로 꼽히던 최용해를 혁명화 조치 하며 처벌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 최용해의 손으로 이들을 처벌토록 한 건 자신의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으면서 특정 권력기관의 독주를 막고 고위층의 부패를 막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당과 경찰(당시 사회안전부)의 갈등을 이용해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진행했던 심화조 사건과 유사한 식의 통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성택 처형은 보위성에서 그의 비리를 파악해 처형했고, 지난해 말 보위성에 대한 처벌은 노동당 과장급 간부가 조사중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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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홍(사진 오른쪽) 전 북한 국가보위상이 지난 4월 15일 김일성광장에서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 대장 계급장을 달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말 국가보위상에서 해임된 뒤 혁명화 조치를 받고 이날 복권됐다. [조선중앙TV 촬영]




세대교체 또는 분위기 전환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집권 5년을 보내면서 어느정도 정권을 안정화했다”며 “이들이 개인적인 비리가 발견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버지 시대의 얼굴 마담 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교체하면서 권력의 틀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 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지난 9월 15일 이후 북한이 추가도발을 멈추고 북미 대화 분위기가 싹트는 것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간 강경일변도였던 북ㆍ미 또는 남북관계의 변화를 위해 강경파인 군인들의 반발을 의식한 사전 조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나온 점을 북한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그동안 대북 제재의 고삐를 늦추며 북한의 ‘뒷 문’ 역할을 했던 중국이 최근 제재에 참여하며 경제적 옥죄기가 시작되자 주민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 공포분위기를 통한 내부 단속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북한은 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기(경제적 위기) 서관히 농업 비서를 처형하는 등 위기 때마다 간부 처벌을 통해 주민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다”며 “고위 간부들부터 일반 주민에 이르기까지 일탈행위에 대한 관용은 없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역없는 처벌을 통한 공포정치와 권력기관 간 처벌과 충성을 유도하는 견제정치, 그리고 잘못된 행위에 대한 처벌을 공공연히 퍼뜨리는 본보기 정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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