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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전북 고창서 올 겨울 첫 '고병원성 AI'…'장바구니 물가' 상승 도화선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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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 오리농장서 H5N6형 고병원성 AI 확진
전남 순천서도 야생조류 분변서 AI 검출
계란·닭고기 등 장바구니 물가 급등 우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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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에서 검출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서 'AI 포비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냈던 AI 복구를 채 마치기 전에 재발한 AI 사태에 방역당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전남 순천의 조류에서도 고병원성이 확인됐다. AI 여파가 가금류에서 조류까지 넓어지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최근 들어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던 '장바구니 물가' 관리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칫 초동 대응에 실패해 AI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될 시 닭고기·계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지난 AI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북 고창서 올 겨울 첫 '고병원성 AI'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전북 고창군 소재 1만2300마리 규모의 육용오리 농가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19일 고병원성((H5N6)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농가에서 키우던 오리는 전량 살처분됐다.

이 농장은 철새 도래지인 동림저수지와 약 250m 떨어진 곳이다.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 해당 농장은 축사시설이 노후화돼 비닐이 찢긴 상태였고, 야생조류 분변이 축사 지붕에서 다수 발견됐다. 반경 500m 이내에는 가금류 사육농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3㎞ 이내에는 5개 농장 36만5000마리, 10㎞ 이내 59개 농장에선 171만8000마리의 가금류가 사육된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는 AI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에서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오는 21일 자정까지 48시간동안 전국에 '가축·시설 출입차량 및 축산 종사자'들의 이동을 금지하는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전통시장에서의 가금류 초생추(부화한지 얼마 안 되는 병아리)와 중추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오리의 경우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된 지난달부터 전통시장에서의 판매가 금지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축산차량 위치추적기(GPS) 분석 결과 해당 농장을 출입한 사료 차량 2대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차량은 고창군과 정읍시에 위치한 농장 10곳, 군산의 사료공장 1곳과 김제, 고창의 전통시장을 거쳐간 것으로 파악됐다. 농장들 10곳 가운데 9곳은 항원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고, 나머지 한 곳은 빈 축사였다.

정부는 해당 농장에 대해 14일간 이동제한, 임상예찰 및 분변 등의 정밀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사료 차량이 드나든 사료공장과 전통시장에 대해서도 세척소독 및 일주일간 차량과 사람의 이동이 통제된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전남 순천시 도사동 일대에서 채취한 조류 분변에서 AI 고병원성 H5N6형을 확인했다. 올해 9월 이후 가금류가 아니라 조류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 및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기관에 신속히 통보해 방역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야생조류 AI 예찰 강화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 촉발하나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는 약 4개월간 전국에 AI 바이러스가 창궐하며 사상 최대의 피해를 낸 바 있다. 실제 산란계가 무차별적으로 살처분되면서 '살충제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올 여름까지 계란과 닭고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에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장바구니 물가를 상승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통상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이 일시적으로 소비를 줄여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도 생기지만 곧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량이 맞추지 못해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실제 지난 1월 AI로 빚어진 달걀 수급난이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되면서 계란값은 1년 전보다 61.9%나 뛰었다. 한 달 전이었던 지난해 12월의 상승폭 8.7%보다 7배나 확대된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계란이 차지하는 가중치는 전체 1000 중 2.4에 불과하다. 전체 물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서민들의 식탁에 자주 올라가는 계란과 닭고기 가격이 뛰면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정도는 이보다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최근 국제유가가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서민들이 유류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AI라는 돌발악재까지 닥친 셈이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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