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고서 16일 손문 부산대 교수팀 확인
운동장 짧게는 1m, 길게는 7~8m 균열
학생들 “벌어진 틈에서 물 나와 고였다”
진앙과 먼 남구 송도동서도 액상화 추정
지난 15일 5.4 규모의 지진으로 포항 북구 포항고등학교에 액상화로 추정되는 흔적이 남았다. 포항=최은경 기자 |
기자가 학교를 찾았을 때 휴교를 마치고 등교한 1학년생 10여 명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축구 골대에서 멀지 않은 땅에 짧게는 1m, 길게는 7~8m의 균열이 여러 개 보였다. 별다른 통제가 없어 사람과 차가 지나다닌 탓인지 흙·모래로 틈이 메워져 흔적이 많이 지워진 모습이었다. 균열이 난 부분을 발로 밟아봤다. 지표 부분은 무르지 않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학생들은 “15일 오후 3시쯤 균열 옆으로 물이 많이 고여있었다”고 말했다.
포항고 운동장의 액상화 추정 흔적. 흙으로 덮어 틈이 메워진 상태다. 포항=최은경 기자 |
포항 남구 송도동 한 아파트. 전문가들은 베란다 아래쪽 땅에서 액상화가 일어나 지반이 침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
20일 오후 장복덕 포항시의원의 요청으로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손문 교수, 경재복 한국교원대 교수가 팀원들과 송도동 공터, 주택가, 아파트, 공원, 솔밭 등 6곳을 면밀히 살펴봤다. 기자도 동행했다.
6곳 모두 주변에 진흙이나 모래가 퍼져 있었다. 한 아파트는 베란다 아래가 심하게 부서져 콘크리트가 아래 위로 솟아 있었다. 심 원장은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액상화가 맞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액상화 정도가 심하지 않아 주거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밀검사를 해보고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액상화 대책을 마련할 지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 교수 역시 “액상화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앙에서 13~15km 거리는 먼 것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포항 지진의 액상화 흔적은 지난 18·19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현장조사팀과 손문 교수팀 등이 포항 지진 진앙 주변에서 근대화 이후 처음으로 수십 개 이상 발견했다.
한편 20일 오전에는 기상청과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행정안전부 조사단이 진앙 지역인 포항 북구 흥해읍 내평정미소 앞 논에서 액상화 현상 등 지진의 영향을 밝히기 위한 합동 정밀조사를 했다.
포항=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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