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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액상화 흔적 나타난 포항고 가보니…진앙과 먼 남구서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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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고서 16일 손문 부산대 교수팀 확인

운동장 짧게는 1m, 길게는 7~8m 균열

학생들 “벌어진 틈에서 물 나와 고였다”

진앙과 먼 남구 송도동서도 액상화 추정

중앙일보

지난 15일 5.4 규모의 지진으로 포항 북구 포항고등학교에 액상화로 추정되는 흔적이 남았다. 포항=최은경 기자


20일 오전 10시 포항 북구 포항고등학교 운동장. 15일 5.4 규모의 지진이 났을 때 액상화가 일어났다고 추정되는 곳이다. 액상화(Liquefaction)는 모래로 된 지하 사질층에 진동이 가해졌을 때 지하수와 토양이 섞여 지반이 물처럼 바뀌면서 지표가 물러지는 현상이다. 지진이 일어난 다음 날 행안부 활성단층조사단인 손문(지질환경과학과) 부산대 교수팀이 지표 파열을 확인하러 왔다가 액상화로 추정되는 흔적을 발견했다.

기자가 학교를 찾았을 때 휴교를 마치고 등교한 1학년생 10여 명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축구 골대에서 멀지 않은 땅에 짧게는 1m, 길게는 7~8m의 균열이 여러 개 보였다. 별다른 통제가 없어 사람과 차가 지나다닌 탓인지 흙·모래로 틈이 메워져 흔적이 많이 지워진 모습이었다. 균열이 난 부분을 발로 밟아봤다. 지표 부분은 무르지 않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학생들은 “15일 오후 3시쯤 균열 옆으로 물이 많이 고여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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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고 운동장의 액상화 추정 흔적. 흙으로 덮어 틈이 메워진 상태다. 포항=최은경 기자


포항고 액상화 추정 흔적을 조사한 손문 교수팀의 한 연구원은 “틈에서 물이 올라온 것이 액상화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라며 “이 액상화가 건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땅을 파 지하층의 물질 분포, 두께 등을 분석한 뒤 액상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알려주는 액상화 지수(LPI 지수)를 조사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액상화된 물질이 지표로 분출해 지하에 공간이 생기면 지표 침하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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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남구 송도동 한 아파트. 전문가들은 베란다 아래쪽 땅에서 액상화가 일어나 지반이 침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지진 피해가 심한 북구뿐 아니라 진앙과 13km 정도 떨어진 남구 송도동에서도 액상화로 추정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남구 관계자는 “15일 지진 직후 다세대주택이 모인 골목과 도로 틈에서 모래가 섞인 물이 1m 이상 공중으로 치솟았다”며 “모래를 25자루 넘게 퍼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앙과 먼 곳임에도 도로에 균열이 심하게 가는 등 지진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도심에서도 액상화가 많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장복덕 포항시의원의 요청으로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손문 교수, 경재복 한국교원대 교수가 팀원들과 송도동 공터, 주택가, 아파트, 공원, 솔밭 등 6곳을 면밀히 살펴봤다. 기자도 동행했다.

6곳 모두 주변에 진흙이나 모래가 퍼져 있었다. 한 아파트는 베란다 아래가 심하게 부서져 콘크리트가 아래 위로 솟아 있었다. 심 원장은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액상화가 맞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액상화 정도가 심하지 않아 주거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밀검사를 해보고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액상화 대책을 마련할 지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 교수 역시 “액상화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앙에서 13~15km 거리는 먼 것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포항 지진의 액상화 흔적은 지난 18·19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현장조사팀과 손문 교수팀 등이 포항 지진 진앙 주변에서 근대화 이후 처음으로 수십 개 이상 발견했다.

한편 20일 오전에는 기상청과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행정안전부 조사단이 진앙 지역인 포항 북구 흥해읍 내평정미소 앞 논에서 액상화 현상 등 지진의 영향을 밝히기 위한 합동 정밀조사를 했다.

포항=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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