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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휴대폰 개통' 소액대출 주의, 1대당 120만원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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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자에 소액대출 미끼로 휴대폰 개통…"보조금 챙기고 中에 팔아넘긴 일당 검거"]

머니투데이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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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대출을 미끼로 새 휴대폰을 개통한 뒤 이를 중국에 팔아넘겨 21억원을 챙긴 혐의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휴대폰 요금 연체자 등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이 걸려든 신종 수법이란 설명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전파법·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 강모씨(36) 등 79명을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중 총책 강씨와 개통책인 통신사 대리점주 김모씨(36), 해외밀수책 중국인 링모씨(28) 등 6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 일당은 2015년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온라인에 휴대폰 요금 연체자를 대상으로 급전 소액 대출자를 모집했다. 30만~50만원을 대출해주고 조건으로 휴대폰 개통을 내걸었다. 휴대폰은 일당이 챙겼고 대출자들은 이자 대신 단말기값과 휴대폰 요금 등을 내는 방식이다.

일당은 돈을 빌려 간 이들의 연체자 정보를 이용해 일시적으로 미납요금을 갚아준 뒤 새 휴대폰 1747대를 개통해 21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통신사 대리점주 등과 결탁한 일당은 연체자 전산 시스템에 들어가 미납요금을 대신 갚아준 뒤 정상상태가 됐을 때 새 휴대폰을 개통하는 수법을 썼다. 경찰은 이후 일당이 곧바로 미납요금 납부를 취소해 돈을 환급해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출자들의 연체기록은 그대로 남았다. 경찰은 대출자가 17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당은 이렇게 개통한 새 휴대폰을 중국인 장물업자에게 팔아넘기기 전에 통신사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편법도 썼다. 휴대폰 고유식별 번호인 'IMEI 값'을 중고 휴대폰에 복제해 허위로 통화량을 발생시켜 보조금 5억원을 가로챘다고 경찰은 밝혔다.

통신사 보조금은 하루에 10~15분, 3개월 이상 통화가 이뤄지는 등 정상 사용되는 휴대폰에 대해 지급한다. 일당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중고 휴대폰끼리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량을 발생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일당은 보조금까지 타낸 뒤 중국 장물업자에 새 휴대폰 1500여대를 팔아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200여대는 국내에 유통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폰 식별번호인 IMEI 값은 중국에서는 공유되지 않아 팔아넘기는 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씨 일당이 이런 수법으로 휴대폰 한 대를 개통하면 통신사 보조금과 휴대폰 판매금액으로 대당 약 120만원을 벌었다고 파악했다. 여기서 소액대출해준 금액, 대출자 모집책·연체조작책 등에게 떼준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건당 50만~60만원을 챙겼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강씨 일당이 연체자 전산 기록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조작할 수 있었던 것은 통신사 대리점 지위를 얻어 혜택을 봤기 때문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통신사 대리점의 경우 일반 휴대폰 판매점과 달리 개통·요금납부 등 많은 권한을 가진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A통신사 본사 직원인 김모씨(48) 등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씨 일당이 조건을 모두 채우지 못했는데도 대리점을 개설하도록 승인해준 혐의다. 다만 경찰은 김씨와 강씨 일당이 대가를 주고받은 흔적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 일당과 유사한 수법으로 신규 휴대폰을 불법 유통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며 "휴대폰 불법 유통행위에 대해서는 많은 제보를 달라"고 당부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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