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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주남마을 버스 총격사건 1건 더 있었다”…암매장 발굴 정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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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옛 광주교도소 발굴 보름째

지형변화 심해 단서찾기 어려워

“버스 총격 8~17명 주검 사라졌다”

송암마을도 암매장 의혹

지원동·주남마을·송암마을 등

암매장 ‘합리적 의심’ 지역들

국가가 ‘의혹 확인’ 책임져야

올안 5·18 특별법 통과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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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유공자인 유춘학(당시 노동자)씨가 지난 11일 오후 광주시 동구 지원동 삼영예식장 앞에서 1980년 5월23일 오전에 목격한 버스 총격사건이 발생했던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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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발굴 작업 속도가 더뎌지면서 정부가 5·18 행방불명자를 찾기 위한 암매장 발굴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80년 5·18 당시 지원동과 주남마을, 효천역 앞 송암마을 등에서 발생한 행방불명자 의혹 사건도 재조사해 암매장 발굴 작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9일 5·18기념재단 쪽 말을 종합하면, 지난 6일부터 옛 광주교도소(2015년 광주교도소 일곡동 이전) 북쪽 담장 쪽에서 현재까지 암매장 의혹이나 단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옛 광주교도소는 3공수특전여단 김아무개 소령이 검찰 진술조서(1995년)에서 ‘암매장 약도’를 세세하게 그려놓은 곳이라는 점 때문에 ‘암매장 유력지’로 꼽혔던 곳이다. 5·18기념재단이 발굴을 주도하고 법무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발굴이 진행됐다.

하지만 37년 동안 교도소에 관사가 지어지는 등 지형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 발목을 잡았다. 발굴 작업 도중 모두 9개 배관이 땅속에서 발견돼 5·18 이후 굴착 이력만 확인됐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검찰 진술조서에 의존해 발굴하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가 제보 등을 바탕으로 북쪽 담장 밖에 있는 펜스 지역으로 발굴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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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재단이 지난 6일부터 옛 광주교도소(2015년 광주교도소 일곡동 이전) 북쪽 담장 쪽에서 암매장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하 배관 등이 발견됐을 뿐 암매장 흔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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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고려해 이젠 정부가 5·18 암매장 발굴작업에 나서야 한다. 5·18 행방불명자로 법적으로 인정받은 82명 중 아직까지 주검을 찾지 못한 희생자가 76명이나 된다. 한 5·18 연구자는 “37년 동안 국가폭력 희생자들의 주검이 아직 수습되지 않고 있는 것은 국가가 책임을 방기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5·18기념재단이 옛 교도소 암매장 발굴에 직접 나선 것은 이러한 아픔을 알리기 위한 ‘눈물겨운 호소’였다.

암매장 의혹이 제기된 곳은 옛 광주교도소뿐만이 아니다. 지원동과 주남마을이 대표적인 장소다. 5월23일 주남마을 앞 도로에서 발생한 미니버스 총격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홍금숙(54)씨는 검찰에서 버스에 18명이 타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18명 중 15명은 총격으로 즉사했고, 2명은 부상했지만 인근 주남마을로 끌려가 사살당해 ‘매장’됐다가 6월2일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문제는 지금까지 미니버스 사건으로 희생된 이의 신원이 확인된 사람이 9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17명이 희생됐지만, 8명의 주검 행방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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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의혹은 지원동·주남마을에 버스 총격사건이 2건이라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선 5월23일 오후 2~3시에 버스 총격사건이 1건만 발생한 것으로 종결됐지만, 생존자 증언은 다르다. 5·18 유공자인 유춘학(53·당시 노동자)씨는 “5월23일 오전 8시30분께 주남마을 쪽으로 가던 중 희미한 불빛이 보여 50m 앞까지 다가갔다가 공수부대원의 총을 맞고 정신을 잃었다”며 “홍씨가 탔던 버스 총격사건은 오전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씨는 “홍씨와 함께 버스에 탔던 고 박현숙씨 등 사망자의 시각이 모두 오전 9시”라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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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23일 버스 총격사건으로 사망한 박현숙씨의 사망자 검시 내용. 이 서류엔 사망 일시가 5월23일 오전 9시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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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사 작전상황일지’에 5월23일 오후 3시30분 소태동(지원동 인근) 버스 17명 사살’이라고 기록돼 있다.


공수부대가 1건의 총격사건을 은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교사 작전상황일지’에 5월23일 오후 3시30분 소태동(지원동 인근) 버스 17명 사살’이라고 기록된 것과 달리 특전사 충정작전 보고에 지원동과 주남마을 버스 총격사건 상황은 통째로 누락됐다. 이 때문에 오전과 오후에 미니버스(11명)와 시민군 고속버스(18명) 등 2건의 총격사건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수만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은 “두대의 버스가 총격을 받았다면 탑승자 28명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숫자는 10명에 불과해 17명의 주검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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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찾아간 광주시 동구 주남마을 뒤쪽 산등성이엔 5·18 위령비가 세워져 있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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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남구 송암마을(효천역 부근)과 화순 너릿재 등도 암매장 의혹이 높은 곳이다. 5월21~22일 이 일대에서 3명이 사망한 기록만 남아 있지만, 주민 김복동(사망)씨는 생전 5·18유족회에 “9명의 사망자가 따로 더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김양래 상임이사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암매장 의혹을 밝히려면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발의한 ‘5·18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돼 조사권을 갖는 진상규명위원회가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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