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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Car] 틈새차량서 신데렐라로…소형 SUV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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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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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올해 판매 부진 홍역에 자동차 내수 판매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지만 소형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만은 예외다. 단단히 얼어붙은 내수시장 위를 보란 듯 나홀로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쌍용차 티볼리가 띄운 소형 SUV 바람을 올해 현대차 코나가 이어받으며 훈풍이 태풍으로 커지는 모양새다.

'SUV=크고 무겁다'는 등식을 허물며 2030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 최대 성공 비결로 꼽힌다. 역설적으로 국내 경기 부진을 극복하는 데도 일등공신이 됐다. 상대적으로 튼튼하고 가격 대비 성능 높은 차량에 대한 관심이 쏠리며 소형 SUV 열풍을 이끌어낸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틈새시장'으로 여겨졌던 소형 SUV가 화려하게 무대에 올라섰다.

숫자가 이를 탄탄하게 증명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소형 SUV 판매량은 10만9873대로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10만4936대)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올해 소형 SUV 판매가 13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팔린 전체 자동차가 128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제자리걸음(-0.2%)한 데 비하면 온도차가 많이 난다.

올해 소형 SUV 시장 트렌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선(先) 티볼리, 후(後) 코나' 맞수 열전이다. 티볼리 '러시'는 여전히 매섭다. 2015년 1월 출시 후 지난해까지 내수 판매 10만대를 돌파하며 쌍용차 창사 이래 역대 최단기간 판매 기록을 작성했다. 그 돌풍은 올해도 계속됐다. 상반기에만 2만8624대가 판매됐다. 다만 하반기인 7월에 들어서면서 상승세가 주춤하다. 현대차가 야심작 코나를 출시하며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영향이 크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코나는 출시 후 넉 달만에 누적 계약 대수 2만대를 돌파했다. 하루 평균 150대씩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며 올해 판매 목표(2만6000대)의 80%를 이미 달성했다. 올해 코나가 초과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면 소형 SUV 시장에서 티볼리와의 정면대결 구도가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티볼리는 지난해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점유율 54%(5만6935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내년 코나 연간 판매 목표를 4만5000대 이상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 기아 니로(1만8710대), 한국GM 트랙스(1만3990대), 르노삼성 QM3(1만5301대) 실적을 훌쩍 뛰어넘어 티볼리 '턱밑'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판매 속도 면에서는 코나가 티볼리를 따라 잡았다. 최근 3개월(8~10월) 판매 수치를 분석해보면 코나는 월평균 4478대가 팔려 티볼리(4331대)를 앞서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코나 돌풍 등에 힘입어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10월 내수 판매가 증가(전년 동기 대비 12%)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코나 실적에 고무돼 연말부터 미국에도 코나를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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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인기 비결은 끊임없는 변신에 있다. 지속적으로 모델이 업그레이드되며 '신차 느낌'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시장 호평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티볼리는 2015년 1월 출시 이후 반 년 만에 동급 최초 4륜구동 모델을 선보였다. 지난해 7월에는 롱보디 모델(티볼리 에어)을 내놨고 같은 해 9월 동급 첫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하는 등 쉬지 않고 진화를 거듭했다.

코나 출시 직후에는 종전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티볼리 아머(Armour)'를 내놓으며 철벽 방어에 나섰다. 여성층 수요가 두터운 코나와 달리 미식축구 보호구를 연상하게 하는 범퍼 디자인과 크롬 몰딩으로 완연히 남성성을 강조하는 모델을 내놓으며 맞불 작전에 나선 것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해 국내 최초로 주문제작형 스페셜 모델도 선보였다. 미러·엠블럼·블랙휠 등 전용 아이템을 조합해 자기만의 개성 있는 차량을 만들 수 있는 모델을 내놨다.

이에 맞서는 다크호스 코나는 강력한 여풍(女風)을 등에 업고 최근 급등한 지지율 굳히기를 노리고 있다. 올해 코나를 가져간 개인 고객 40%가 여성인 것으로 분석된다. 종전 현대차 SUV 라인업인 투싼(35%)과 싼타페(20%)에 비해 두드러지게 많은 수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나가 'SUV는 투박하고 크다'는 종전 이미지를 벗어버리며 여성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코나가 여성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독특한 디자인과 소형 SUV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안전성 때문이다. 작은 차는 안전하지 않다는 편견을 깨부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나는 반자율주행 기술에 4륜구동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앞창에 주행정보가 표시되는 장치) 등 소형 SUV 수준을 뛰어넘는 첨단 사양을 갖췄다"며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 드라이버를 공략하는데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코나 구매자 70% 이상이 반자율주행 기술(현대 스마트센스) 장치까지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주의한 운전 패턴을 감지하면 경고음이 울리고 후방에 레이더 센서를 붙여 사각지대에서 고속으로 따라붙는 차를 알아채는 기능도 소형 SUV 중 코나만이 가진 '전매 특허' 안전 기능이다. 특히 측면 충돌 시 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도어 내부에 현대차 최초로 인장강도 120㎏/㎟ 이상급 초고장력강 사이드 임팩트 멤버(골격)를 집어넣어 한 단계 높은 충격 안전성을 확보했다. 충돌 발생 시 충격 에너지를 다양한 경로로 분산시켜 승객에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시킨 구조(멀티 로드패스)도 적용했다.

기아 니로·스토닉, 르노삼성 QM3, 한국GM 트랙스 등 '추격자들'도 소형 SUV 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전체 파이가 커지고 있는 게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가격 대비 성능으로 단단히 무장하며 티볼리-코나 양강 대결 뒤를 쫓고 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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