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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아파서 힘들었지만 글은 더 잘 써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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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곡 악보집 낸 배우 구혜선

‘신혼일기’ 등 피아노·기타 30곡

병원 신세 지면서 탄생한 작품

시나리오집, 딘편영화도 준비중

중앙일보

30곡을 모아 악보집을 낸 구혜선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몸이 아프거나 하는 힘들 때만 곡이 써지고 글이 써지는 게 문제“라며 ’덕분에 병원에서 글은 실컷 썼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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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 악보집』 발간을 앞두고 서울 서소문에서 만난 배우 구혜선(33)의 표현을 빌자면 그에게 2017년은 쭉 겨울이었다. 지난 3월 알레르기성 쇼크(아나필락시스)로 MBC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6회 만에 하차하면서 병원 신세를 지는 동안 제대로 먹지도, 편히 자지도 못하는 시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정 물질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증상이지만 그 대상을 파악하지 못하니 어떤 걸 먹어도 불안한 탓이다.

“아직도 원인은 못 찾았어요. 같은 달걀을 먹어도 프라이로 먹느냐, 삶아서 먹느냐에 따라서도 몸의 반응이 다 다르게 나오는데 미치겠더라고요. 식욕이 없어지니 모든 욕구가 사라지고 글만 써지더라고요. 사실 건강하고 행복할 땐 잘 못쓰는 체질이거든요.” 드라마 ‘블러드’를 통해 만난 배우 안재현(30)과 지난해 5월 결혼 이후 한동안 멈춰있던 창작을 위한 시곗바늘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악보집은 그동안 발표한 3장의 정규 앨범과 틈틈이 내놓았던 싱글 중 피아노곡 21곡, 기타곡 9곡 등 총 30곡이 실려있다. 신혼살림을 공개한 tvN 리얼리티 예능 ‘신혼일기’ OST로 삽입된 ‘겨울일기’와 ‘좋은 날’을 비롯 직접 만든 곡을 최인영 프로듀서가 악보로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전엔 문구점에서 1장에 500원 짜리 악보를 많이 팔아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악보가 나올 때마다 사고 했었는데 요즘은 연주를 하고 싶어도 악보가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출판사 더디퍼런스가 악보집을 시작으로 『구혜선 시나리오집』, 『안구네집』을 시리즈로 내기로 했다. 여러 앨범에서 선별한 만큼 별다른 타이틀곡은 없지만 악보집을 지배하는 정서는 이별과 죽음이다. 멘토로 따르던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가 2009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구혜선의 삶에 불쑥 다가온 죽음은 이번 투병을 통해 한층 가까이 느껴졌다. 그는 “사람들이 다 내가 엄청 아픈줄 알고 있는데 조금씩 건강이 회복될수록 죄책감이 커졌다”며 “건강해지면 안된다는 생각과 하나라도 더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맞섰다”고 고백했다.

그 결과 단편영화 ‘미스터리 핑크’가 탄생하기도 했다. 양동근·서현진 주연의 호러·멜로·스릴러가 섞인 작품이다. “사랑하는 감정이 커질수록 집착하고 파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는데, 보는 사람마다 다 자기 얘기냐고 묻더라고요. 내년 1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제작과정을 담은 전시와 함께 준비 중인데 10분 짜리니까 부담없이 들러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전시는 지난 1월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미술전 ‘다크 옐로우’를 잇는 컬러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

배우·감독·작곡가·화가·작가 중 그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은 뭘까. “저한텐 연기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제가 아닌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저를 계속 날 서 있게 만들거든요. 반면 그림은 저를 평온하게 만들어주고, 음악은 감정적으로 힘들어도 제 안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신혼일기’에서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좋게 봐주신 만큼 또 힘을 내봐야죠.”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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