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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르포]나눔의집에 만든 국내 첫 위안부 피해자 추모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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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유품전시관ㆍ추모관 개관

‘나눔의 집’ 생활관 뒤 지상 2층 규모 한옥

유품전시관(430㎡)과 추모기록관(126㎡)

피해 할머니 사진과 유품 ㆍ유물 등 전시

피해자 핸드ㆍ풋 프린팅 작품 30여 점도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역사 보여주는 전시관”

조경 등 마무리공사 거쳐 내년 1월 정식개관

중앙일보

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유품전시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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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머무는 곳이다. 현재 생존 중인 피해자 할머니 33명 중 단일시설로는 가장 많은 9명이 모여 사는 시설이다.

이곳에서 지난 1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 개관식이 열렸다. 위안부 피해자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이 건립된 것은 전국 처음이다. 이곳은 외부조경 등 마무리 공사를 마치는 내년 1월 정식 개관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이에 앞서 중앙일보 기자가 미리 현장에 가서 시설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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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유품전시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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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2층 한옥 형태로 설계된 이 시설은 유품전시관(430㎡)과 추모기록관(126㎡)으로 꾸며졌다. 1층 유품전시관은 기획 전시, 유품 및 유물 전시,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 전시 공간과 수장고 시설을 갖췄다. 개관 기획 전시작품으로 안무가 팝핀현준이 할머니들의 아픔과 이야기를 담고, 얼굴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며 그린 초상화 작품 10점(각 112X145㎝)이 걸렸다. 화폭에 담긴 할머니들은 모두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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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유품전시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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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유품전시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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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으로는 피해자들이 그린 그림 20여 점과 나눔의 집을 거쳐 돌아가신 피해자 17명이 생전에 남긴 말씀을 정리한 자료와 유품이 전시돼 있다. 나눔의 집에 보관 중인 피해자들의 원본 그림 370여 점도 순차적으로 전시된다.

지난 7월 23일 91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한 고 김군자 할머니의 사진과 유품도 정리돼 있다. 김 할머니는 힘든 삶 속에서도 기부를 통해 가난한 학생들을 도왔고, 일본의 전쟁범죄를 증언하는데 생을 바쳤던 인물이다.

그의 사진 옆에는 “내 장례비 500만원만 빼고 다 필요한 사람에게 쓰소”라고 했던 생전 유언이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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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유품전시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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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유품전시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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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10대에 부모를 여의고 친척 집에서 생활하다가 17세 나이로 중국 지린성 훈춘의 일본군 위안소로 강제동원됐다. 김 할머니는 2007년 2월 마이크 혼다 미국 연방하원이 주최한 미국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청문회에서 “해방 후 38일을 걸어 조국에 돌아왔다”며 “위안소에서 하루 40여 명을 상대했고, 죽지 않을 만큼 맞았다”고 증언했다.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 사과와 정당한 배상을 받으면 사회에 기부할 계획이었던 김 할머니는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배상금 등을 모아 아름다운 재단에 1억원, 나눔의 집에 1000만원, 한 천주교 단체에 1억5000만원 등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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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유품전시관에서 19일 만난 이용수 할머니.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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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유품전시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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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유품전시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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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관에 전시된 자신의 미술 작품 앞에서 만난 이용수(89) 할머니는 감격스러워하면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할머니는 “(이곳이 개관된 것을 보면서) '일본이 이제는 (과오를) 인정할 때가 됐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의 올바른 역사를 모두가 알아야 하는 만큼 이곳에 많이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이 (공식) 사죄하고 배상할 때까지 많은 분이 (이곳을 찾아 피해 할머니 등의 노력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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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유품전시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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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유품전시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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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추모기록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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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한 맺힌 삶을 살다가 일본 정부로부터 사죄와 배상을 받기 위해, 그리고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많은 활동을 하시다 끝내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신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억하기 위해 시설을 조성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할머니들이 남기신 유품과 사진·영상은 잊힌 역사가 아닌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역사”라며 “이곳은 올바른 역사와 인권ㆍ평화를 구현하고자 했던 피해자들의 영혼을 담고, 기록을 전시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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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추모기록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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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추모기록관 중앙 벽면은 사회적 차별과 냉대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일본의 전쟁범죄를 고발한 용기 있는 국내ㆍ외 피해자 명단과 사진이 전시돼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05명(한국인 97명, 외국인 22명)의 사진을 벽 중앙에 전시했다. 양쪽에는 사진이 없는 사람들을 포함한 위안부 피해자 280명(한국인 242명, 외국인 38명)의 이름을 한글과 영문으로 적어 놓았다.

김광열 나눔의 집 간사는 “피해자들의 핸드·풋 프린팅 작품 30여 점과 계명대 김은지 학생이 위안소 앞에서 폭행당하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모습을 그린 대형 그림 ‘위안부’도 이곳에 걸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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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추모기록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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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역사, 평화의 소중함을 배우는 산실이 될 ‘기억과 기록’의 이 시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머무는 생활관 뒤편 공터 1300㎡에서 지난해 2월 착공한 뒤 1년 9개월여 만에 건립됐다. 사업비 23억원은 국비와 도비에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후원자들이 낸 기부금으로 충당했다.

나눔의 집 대표이사인 송월주 스님은 지난 18일 개관식에서 대독 인사말을 통해 “이 시설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역사를 보여주는 기억과 기록의 전시관”이라며 “이 시설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피해자들의 인권과 역사의 소중함을 올바르게 알리고 성노예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라고 한다. 우리의 기념관이 아픈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기억할 수 있는 추모의 공간이 되고, 특히 미래세대 청소년에게 전시의 여성인권 문제에 대한 배움의 장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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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나눔의 집’ 내에 지난 18일 개관한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내 추모기록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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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필레이(남아프리카공화국) 전 유엔 인권 고등 법무관사무소 인권고등판무관은 “고통당한 성노예 피해자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헌사는 미래세대가 그들을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도록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권의식을 가진 전 세계 사람들은 피해 여성들을 대신해 일본에 사죄와 배상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광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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