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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조성진, 베를린필과 '오색찬란' 音의 물감 흩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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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 6번째 내한 공연 리뷰

연합뉴스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연주를 마친 뒤 커튼콜에서 인사하고 있다. 2017.11.19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이 흩뿌린 맑고 화사한 음(音)의 물감들로 물들었다.

이날 조성진은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프랑스 인상주의의 거장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에 담긴 화려한 색채감과 경쾌한 리듬을 유려하게 표현해냈다.

공연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베를린 필 상임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조성진을 "건반 위의 시인(詩人)"에 비유했는데, 조성진은 래틀의 말대로 라벨이 설계한 음과 리듬 사이를 자유자재로 노니는 천진난만한 시인처럼 보였다.

누구도 세계 최강임을 부정하기 힘든 베를린 필의 내한 공연은 그 자체로 클래식계의 '빅 이슈'다. 올해는 이 악단을 16년간 조련한 래틀과의 마지막 시즌이란 의미가 더해졌고, 팔을 다친 랑랑의 대타로 투입된 조성진의 합류 소식까지 전해지며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됐다.

'티켓 예매 전쟁'을 뚫고 조성진과 베를린 필의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 예술의전당으로 몰려든 객석은 연주 시작 전부터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래틀이 강력하게 몰아붙인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에 달궈진 객석 분위기는 조성진의 등장으로 한층 더 뜨거워졌다.

피아노 앞에 담담한 표정으로 앉은 조성진은 특유의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터치로 고국 관객에게 경쾌한 수채화를 선사했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은 개성 넘치는 선율과 이국적인 색채감, 재즈풍의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곡.

쇼팽뿐 아니라 프랑스 레퍼토리에 대해서도 큰 애정을 보여온 조성진은 섬세하고 다채로운 표현력으로 이 곡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낭만적이면서 우수 어린 2악장에 이어 경쾌하면서도 화려한 피아노 연타가 이어진 3악장이 마무리되자 객석에선 환호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최은규 음악 평론가는 "협주자로서 돋보이려고 애쓰는 모습 대신 전체 음악을 조망하고 그 안에서 어우러지는 능력이 돋보였다"며 "오케스트라와 조화와 균형을 생각하는 실내악적 감각이 출중했다"고 평가했다.

황장원 음악 평론가는 "베를린 필의 강력한 소리에 조성진의 피아노 소리가 조금 묻힌 듯한 느낌은 아쉬웠다"며 "그러나 이전보다 더 성숙하고 내밀해진 해석과 표현력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음악회 2부에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이 연주됐다.

독일 정통 레퍼토리로 승부한 베를린 필은 특유의 강력하고 호사스러운 사운드로 왜 이들에게 '세계 최고 악단'이란 수식어가 붙는지를 스스로 입증했다.

풍성하면서도 밀도 높은 현이 빚어내는 촘촘한 앙상블, 섬세한 음형을 그리는 목관과 찬란하게 빛나는 금관은 베를린 필이 왜 이 시대 최고 오케스트라로 꼽히는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래틀과 베를린 필이 16년간 빚어온 견고한 신뢰와 호흡도 인상 깊었다.

악단의 기량은 출중했지만, 래틀의 독일 레퍼토리 해석에는 이번에도 의견이 엇갈렸다.

텁텁하고 중후한 브람스에 익숙한 음악 애호가들에게 래틀의 정열적인 브람스는 때때로 가슴 벅찬 감동까지 끌어내지는 못했다는 평도 나왔다.

황장원 평론가는 "브람스 특유의 우수와 비애감 넘치는 연주를 기대한 관객들에겐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만큼 열정과 힘이 강조된 연주였다"고 평했다.

베를린 필의 내한 공연은 이튿날에도 이어진다. 20일 공연에서는 작곡가 진은숙이 베를린 필의 위촉을 받아 쓴 신작 '코로스 코르돈',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이 연주된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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