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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세월호 미수습자 5人 마지막 길…"눈물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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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이튿날 시민 조문 행렬 꾸준히 이어져…정치인 발길도 계속]

머니투데이

1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 군의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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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뭍으로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장례가 치러졌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313일, 3년 7개월여 만이다.

19일 오후 세월호 미수습자인 일반인 승객 고(故) 권재근(당시 51세)·혁규군(당시 7세) 부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시민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 애도하는 마음을 조용히 전했다. 식사는 생략하는 경우도 많았다. 수녀 등 성직자들도 빈소를 찾아 기도했다.

목발을 짚고 경기 수원에서 온 조문객 이명수씨(40·여)는 "시신 없이 장례 치르는 건 영화에서나 봤던 일"이라며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자녀 셋을 둔 최윤정씨(49·여)도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했는데 결국 못 찾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도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했다.

국희의원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이날 점심시간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빈소를 찾았다.

박 의원은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 왔을 뿐"이라며 "'사회적 참사 진상조사 특별법'도 정부 차원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진선미 의원도 이날 오후 3시50분쯤 빈소를 찾았다. 우 대표는 "오랜 기간 찾으려 했으나 유해를 일부라도 찾지 못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유족에게) 했다"며 "추후 선체 수색 작업 중에라도 유해를 찾을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동생 부자의 상주를 맡은 형 권오복씨는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눈은 붉게 충혈됐고 퉁퉁 붓기까지 했다. 권씨는 "시신도 없는 상태에서 영결식를 치른다는 게 마음이 좋지 않다"며 "끝까지 놓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에 묻는 수밖에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3년간 동생 시신을 찾기 위해 직장을 관두고 17년간 살던 집도 넘겼다"며 "이렇게 매일 동생 곁을 지키는데 뭔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마음에 늘 술만 마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안산 제일장례식장에는 고(故) 양승진 단원고 교사(당시 57세)와 박영인·남현철군(당시 17세)의 빈소가 마련됐다.

일부 조문객은 유족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조차 미안해 몰래 뒤에서 눈물을 훔쳤다. 정보라씨(42·여)는 "6학년 학생들이 화환을 보낸 것을 봤다"며 "어린아이들이 도대체 어떤 심경으로 보냈을까 하는 마음에 울컥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감정이 북받쳐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뒤 유가족 등을 상담해준 상담가들도 빈소를 찾았다. 이들은 유족과 마주앉아 일부러 밝게 웃음소리를 내며 말을 걸었지만 금방 눈물이 차올라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한참 동안 말없이 깊은 포옹을 나눴다.

안산 장례식장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노회찬 의원 등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노 의원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아픈 가슴으로 힘들고 큰 결단을 내리신 것 같다"며 "더 중요한 진상규명을 위한 희생이고 의지의 표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해만이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해 무엇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지, 즉 '돈보다 생명'이라는 교훈을 새겨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장례식장 입구에는 이들을 그리워하는 메모장도 곳곳에 붙었다. '꿈속에 꼭 다녀가 달라'는 애절한 말부터 '편안히 쉬시길 바란다'는 애도의 말,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메시지 등이 담겼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박치현 기자 wittgen@mt.co.kr, 조문희 기자 moon@mt.co.kr, 유승목 기자 mok@mt.co.kr,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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