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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더는 안돼"…짐바브웨 무가베 퇴진 요구 대규모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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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 19일 무가베 출당 투표…군부 권력 장악 우려도]

머니투데이

18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수도를 장악한 군인 중 한 명과 함께 어울리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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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안된다.", "새로운 짐바브웨, 무가베는 가라.", "무가베는 이제 쉴 때가 됐다."

짐바브웨에서 세계 최장기, 최장수 통치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93)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군부가 후계 문제로 반발하며 지난 15일 수도 하라레를 장악하고 무가베 대통령을 가택연금하자 독재 종식을 원하는 시민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국기와 플래카드, 나무 몽둥이를 흔들며 수도 하라레 중심부의 국회의사당 쪽으로 이동했다. 집권 여당 Zanu-PF(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의 무가베 출당 결정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Zanu-PF는 19일 오전 10명의 주 대표 투표로 무가베 대통령 출당을 결정한다. 출당은 대통령직 사수를 희망하는 무가베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조처가 될 전망이다.

일부 군중은 수도를 장악한 군부에 찬사를 보냈다. 군부가 무가베를 가택 연금시키고 그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군인들은 도로에서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춤을 추거나 자동차 경적을 시끄럽게 울렸다. 하라레 중심부 '로버트 무가베 거리'에서는 성난 시민들이 도로 표지판을 뜯어내 무가베 대통령의 이름을 발로 밟았다. 시위대 중 하나인 엘튼 캄바라미는 "과거 금지됐던 (무가베의 이름을 발로 밟는) 행동들을 하면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느낀다"며 "나는 올해 30살인데, 한 번도 자유로운 짐바브웨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거리의 시민 중에는 무가베가 대통령이 된 1980년 이후 태어난 젊은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짐바브웨 독립 영웅인 무가베의 과거 성과보다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부정부패로 점철된 무가베가 더 친숙하다. 이번 사태의 발단인 후계 문제에서 무가베가 내세운 부인 그레이스는 명품을 선호하는 낭비벽으로 '구찌 그레이스'라고 불린다.

짐바브웨는 무가베의 토지개혁 실패와 이로 인한 식량난으로 중앙은행이 식량 수입을 늘리고자 무작정 돈을 찍어내면서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겪었다. 미국 싱크탱크 카토연구소는 경제난이 최악에 달한 2008년 짐바브웨의 월간 물가상승률이 최고 79억%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일부 시위대는 군부의 지지를 받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의 이름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었다. 그는 애초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였으나 무가베 대통령이 정권을 그레이스 여사에게 물려주려 하면서 결국 경질됐다. 이후 해외로 도피했으나 그의 행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중국으로 도피했다는 소문도 흘러나왔지만 중국 정부는 그의 입국 사실을 공식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무가베 퇴진 후 군부의 권력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타피와 차미사는 FT에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은 항상 조용했으며, 나는 그가 계속 그러기를 바란다"면서 "군부는 정치보다 안보에 집중해야 하며, 무가베가 퇴진하면 치웬가 장군이 그의 군대를 (수도 하라레에서) 물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가베 대통령이 군부와 협상해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가베의 오랜 대변인 역할을 맡아 온 조지 차람바는 18일 FT와의 인터뷰에서 "20분 전 무가베 대통령과 만났다"면서 "이번 드라마는 여전히 무가베 대통령과 군부 사이에 진행되는 것으로 여당과 시위대는 파생된 잡음(derivative distractions)"이라고 말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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