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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가계 쌓아둔 '장롱예금' 71조 돌파…4년새 두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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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시중에 풀린 현금 100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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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불황, '소비 석달 연속 감소'


2분기 가계비영리단체 현금 71조7000억 '사상 최대'

4년새 두배 뛰어 올라…돈 풀린 만큼 돌지 않고 묶여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올해 2분기 가계가 쌓아둔 현금인 이른바 '장롱예금'이 71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상 최저금리 인하와 함께 대대적인 돈 풀기 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돈은 늘어났지만 그만큼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불확실한 미래에 가계가 현금을 묶어둔 영향이다.

19일 한국은행의 '2017년 2분기 자금순환 동향' 통계 분석에 따르면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현금 자산은 71조7000억원으로 역대 가장 많은 규모를 나타냈다. 지난해 2분기(62조3000억원)와 비교했을 때 1년 만에 9조4000억원(15.1%) 늘어난 것이다.

가계가 보유한 전체 금융자산이 전년동기대비 7.2%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현금 자산의 증가세는 더 가파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013년 2분기 36조1000억원에 불과하던 가계의 현금 자산은 4년새 두배 가량 뛰었다.

자금순환 통계에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에는 일반 가계뿐만 아니라 소규모 개인사업자, 소비자단체, 자선·구호단체, 종교단체 등이 포함된다. 이들이 보유한 현금 자산은 전체 보유한 금융자산에서 결제성 예금과 일반 예금, 보험, 채권, 주식, 펀드 등을 빼고 순전히 현금으로만 들고 있는 자산을 말한다.

가계의 장롱예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현금을 비롯한 일종의 '투자 대기성' 자금인 단기 부동자금이 늘고 있는 추세에서 원인을 가늠해볼 수 있다. 단기 부동자금은 2분기 기준 1040조원을 넘어 지난해 말보다 30조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쌓였기 때문이다. 가계도 마찬가지로 불확실한 곳에 투자하기보다는 차라리 안전한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계가 씀씀이 자체를 줄이고 현금을 확보한 영향도 있어 보인다. 가계 장롱예금이 430조원(43조엔 추정)에 달하는 일본의 경우도 보유 현금이 늘고 있는 반면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소비 감소세가 뚜렷해진 상황이다. 수출 호황과는 달리 부진한 내수 경기에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의 영향으로 한 푼이라도 아끼는 가계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소비지출 특징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과거 5년간(2005~2010년) 4.1%에서 최근 5년간(2011~2016년) 1.3%로 2.8%p 낮아졌다. 같은 기간 민간 소비의 연평균 증가율도 3.1%에서 2.0%로 1.1%p 둔화됐다. 올해도 3분기 GDP증가율이 1.4%를 기록하며 연 3% 성장이 무난할 만큼 성장세가 좋아졌지만, 민간 소비 증가율은 0.7%에 그치며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결국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돈이 고스란히 가계 장롱예금으로 쌓이게 된 셈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뚜렷하게 해소되지 않는 한 현금 자산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지난해 발표한 '2015년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보유 현금을 '추가로 늘리겠다'고 응답한 가계 비중이 38.7%로 '없다'고 답한 비중(30.2%)보다 더 높았다.

돈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현상이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에는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 자금줄이 막혀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면 경제 회복세에 발목이 잡힐 수 밖에 없다. 다만 올 하반기 들어 경기 회복 조짐과 함께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가 예고되고 있는 만큼 고여있던 현금이 어디로 흐를지 주목된다.

자본시장연구원 표영선 연구원은 "상당기간 이어진 통화완화 정책과 시중의 유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로의 긍정적인 효과는 낮은 수준으로 자금의 선순환을 위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향후 통화정책 변화시점과 함께 시중 부동자금의 유입을 모니터링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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