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을 흔들고 외교적 긴장을 부추겨 이익을 챙기는 ‘가짜 뉴스(Fake News)’와 싸우기 위해 워싱턴포스트(WP), 이코노미스트 등 유력 전통 미디어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온라인 플랫폼들이 연합군을 결성했다.
CNN, ‘더 버지' 등 외신들은 워싱턴포스트,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세계 유수의 미디어들이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위한 '신뢰 프로젝트(Trust Project)'에 참여키로 했다고 9월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모바일 소셜 미디어 서비스(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광속으로 퍼져 나가는 ‘가짜 뉴스’에 대해 거북이 처럼 느리게 대응했던 ‘진짜 뉴스' 진영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뉴스 전쟁’을 위해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다.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워싱턴포스트, 페이스북, 구글은 독자들이 기사의 신뢰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기사를 쓴 기자의 이전 기사, 미디어의 경영 철학 등 배경 정보를 제공하는 ‘신뢰성 프로젝트'에 참가키로 했다./사진=구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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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페이스북 “뉴스 관련 정보 제공”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대학의 '마크쿨라(Markkula) 응용윤리 센터'가 제공하는 ‘신뢰 프로젝트’를 통해 뉴스 이용자들이 뉴스 플랫폼에 올라온 기사의 배경을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신뢰 프로젝트’에는 워싱턴포스트, 이코노미스트, 글로브 앤드 메일, 독일 통신사인 DPA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6개월 안에 더 많은 언론사가 참여하게 될 예정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신뢰 프로젝트’가 제공할 기자의 상세 정보 등 8가지 ‘신뢰 지표’는 75개 이상의 언론사 대표들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신뢰 지표’에는 기사 작성 미디어 관련 정보, 미디어의 정확성과 평판, 수정 이력, 기자의 전문성, 광고, 기사, 칼럼 등 기사의 유형, 기사의 근거와 인용, 취재 방법, 다양성 여부, 독자 피드백에 대한 반응성 등이 담길 예정이다.
샐리 레만 마크쿨라 센터 저널리즘 윤리 담당 이사는 “갈수록 디지털화되고 네크워크로 연결된 세계에서 정확한 보도·광고와 잘못된 정보를 구별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독자들은 뉴스 기사 뒤의 전문 지식, 기업 윤리 등 기사의 배경 정보도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산타클라라대학을 비롯한 국제 컨소시엄이 주도하는 ‘신뢰 프로젝트’는 구글과 크레이그스리스트의 창업자 크레이그 뉴마크 등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산타클라라 대학이 주관하는 ‘신뢰 프로젝트’는 구글과 크레이그 뉴마크 등이 자금을 댔다./사진=산타클라라대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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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별도 탭 만들 예정”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에 별도의 탭을 만들어 기사 뿐 아니라 기사의 배경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 기사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지를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가령 페이스북은 앞으로 복스(VOX) 뉴스가 제공하는 기사를 볼 때 해당 기사를 쓴 기자 등 뉴스와 관련된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 별도의 아이콘을 제공, 이용자가 해당 아이콘을 누르면 복스의 윤리 정책, 대주주 면면, 기사를 쓴 기자가 예전에 쓴 기사를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의 시험 운용에는 복스 뉴스와 AP통신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 앵커 페이스북 상품 매니저는 "이번 프로젝트는 가짜 뉴스, 잘못된 정보와의 전쟁을 벌이는 페이스북의 노력의 일단을 보여준다”며 “사람들이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올바른 뉴스를 무엇인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도 구글 뉴스와 구글 검색 엔진 등의 기사 옆에 신뢰 지표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할지를 검토 중이라고 CNN은 전했다.
’가짜 뉴스 전파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페이스북은 앞으로 뉴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탭을 신설, 이용자의 판단을 돕겠다고 밝혔다. ./사진=블룸버그, 그래픽=방성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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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효성에 의문” 회의론도
세계 유수의 미디어들이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위해 연합군을 결성한 이유는 가짜 뉴스의 위력이 급속히 퍼지면서 ‘진짜 뉴스’의 신뢰성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갤럽의 최근 조사 결과는 미국 성인의 3분의 1만이 뉴스를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고 영국의 로이터 통신의 여론 조사도 영국 독자의 43%만이 뉴스를 신뢰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여론을 주도하는 정치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가짜 뉴스 담론’이 뉴스를 보는 시민들의 시각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신뢰성 프로젝트’가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가짜 뉴스의 생산자들이 뉴스의 URL을 바꾸는 것 만으로도 ‘논란중'이란 태그를 쉽게 피할 수 있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은 ‘독자들이 태그 없는 뉴스를 더 믿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기사에 태그를 붙이는 노력이 되레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방성수 기자(ssb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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