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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일상톡톡 플러스] "사장님 나빠요?"→"월급쟁이 시절 그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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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월급쟁이도 쉽지 않지만, 자영업은 정말 더 어렵다"며 "일부 학자들이 국내 거시경제 여건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일반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아직 한겨울"이라고 하소연했다.

B씨는 "요즘 주요 상가건물을 보면 1층도 빈 곳이 적지 않다. 그것도 1~2개월 아닌 반년 이상 장기간 방치된 곳도 꽤 된다"며 "역대 최악의 불황인 듯 하다. 자영업자 10명 중 9명은 결국 폐업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C씨는 "사업자 등록하는 순간 4대보험,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 내라고 각종 통지서 날라온다"며 "자영업하면 평일 밤·낮, 주말, 공휴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온가족이 매달려야 한다. 문제는 그렇게 고생하고도 제대로 돈도 못 번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D씨는 "식당 운영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재료값이 너무 비싸다.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가 일 잘 하는 유능한 종업원 구하는 건 정말 하늘의 별 따기"라며 "상도덕 없는 업주도 많고, 진상 손님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E씨는 "동네에서 장사 좀 된다고 하면 주변에 대기업들이 비슷한 아이템으로 브랜드 새롭게 런칭해 속칭 쑥대밭을 만든다"며 "아무리 날고 기어도 개인은 법인에 결국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프랜차이즈 형태의 창업이 많은 것인데, 이것도 본사 배만 불려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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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영업에 뛰어든 10명 중 3명은 종자돈이 채 500만원도 안될 정도로 영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안정된 직장에서 밀려나 생업을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 조사는 올해 8월 기준 표본 3만2000가구에 속한 비임금근로자 가운데 최근 2년 내 자영업을 시작한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종자돈을 의미하는 사업자금을 규모별로 보면 500만원 미만이 전체의 28.3%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500만∼2000만원 22.0% △2000만∼5000만원 21.1% △5000만∼1억원 16.6% △1억∼3억원 10.9% △3억원 이상 1.2% 순이었다.

종자돈이 2000만원도 안 되는 자영업자는 50.3%로, 절반보다 많았던 셈이다.

직전 조사인 2015년 8월과 비교하면 500만∼2000만원 구간이 3.5%포인트 늘어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종자돈이 많을수록 기대 수익과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된다.

올해 조사 결과는 그만큼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이 영세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신규 자영업자 10명 중 3명, 종자돈 500만원도 안돼

문제는 이런 상황이 최근 들어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 시작 시점을 2년에서 1년 내로 좁힐 경우 종자돈 500만원 31.5%, 500만∼2000만원 21.8%로 영세업자 비중이 더 높아진다.

종자돈 조달방법을 보면 본인 또는 가족이 마련한 돈(68.8%)의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빌린 돈도 적지 않았다.

은행·보험사·상호신용금고는 31.5%, 친지 또는 동업자 자금 7.8%, 타인에게 빌림 5.0%, 정부보조 또는 지원 등 1.4% 순이었다.

그만큼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이 자본력이 약하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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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시작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사업자금 조달'(28.6%)을 가장 많이 꼽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2년 전보다 1.3%포인트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시대 자영업자의 영세성이 그만큼 더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71% "나만의 사업 직접 해보고 싶어서"···돈벌이 변변치 않아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의 절반 이상(57.4%)은 직전 직업이 임금근로자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안정적인 월급을 받다가 실직한 뒤 재취업에 실패,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사실상 내몰렸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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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10명 중 9명(88.9%)은 사업 준비기간이 1년 미만에 불과했다. 1∼3개월도 52.0%로 절반 이상이었다.

이밖에 사업 시작 동기 응답을 보면 '자신만의 사업을 직접 경영하고 싶어서'가 71.0%로 가장 많았고, '임금근로자로 취업이 어려워서' 16.4%, '기타' 12.5%가 뒤를 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자영업이 포화 상태라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자영업을 하다가 업종을 바꾼 경우를 분석한 결과, 업종 전환의 사유는 '수익이 더 나은 업종으로 바꾸기 위해서'가 36.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직전 사업이 부진하여'(27.0%), '직전 사업이 전망이 없어서'(17.0%) 등이었다.

즉, 돈벌이가 별로 시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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