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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더,오래] 포기하지 않으니 현실된 10년 포토동화작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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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의 포토버킷(8)

베이비 전문 스튜디오 '리송' 운영하는 송호근씨

10년전 휴식 차 여행갔던 캐나다의 위슬러 스키장

우연히 그린 스케치 한 장에 담은 포토작가의 꿈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꿈도 우리를 잊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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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동안 간직해온 포토동화작가의 꿈을 이룬 송호근 씨(46). [사진 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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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에서 방송 중인 프로그램 ‘전체관람가’를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명세, 박광현, 정윤철 등 유명한 영화감독들이 초저예산으로 만든 독립영화를 메이킹 필름(영화 제작 뒷얘기를 다큐멘터리로 엮은 것)과 함께 보여주는 내용이다. 처음부터 관심을 갖고 재미있게 보았지만 11월 12일 방송된 박광현 감독의 ‘거미맨’ 편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단편영화가 엄두를 내지 못하는 히어로물을 시도했기 때문이 아니라 박 감독의 솔직한 인터뷰가 가슴을 울렸기 때문이다. “처음 구상한 것이 17년 전이다. 그동안 너무나도 하고 싶었으나 제작비 때문에 시도조차 못 했다. 오히려 저예산 단편영화이어서 도전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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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박광현. [사진 JTBC &#39;전체관람가&#39;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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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한 번 간직한 꿈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바쁜 일상 속에 한동안 잊고 살다가도 어느 날 불쑥 떠오르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은 기회에 우연히 현실이 되기도 한다. 방송국으로부터 단편영화 제작제안을 들었을 때 박 감독 머릿속에서는 어쩌면 ‘17년 동안 간직해 온 영화를 만들어 볼 기회다!’라는 신호가 울렸을지도 모르겠다.

필자도 거의 평생 간직해 온 다이어트의 꿈을 작년에 이뤘고, 올해 책도 냈다. 얼마 전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당신의 책을 가져라』라는 책을 발견하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2007년에 나온 책이니 내가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쯤이다.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으로 이어지지 않고 곧 잊어버렸지만, 10년이 지난 어느 날 버킷리스트에 올렸고 결국은 현실이 됐다.

10년 동안 간직해 온 포토동화작가의 꿈을 드디어 이루게 된 송호근 (46)씨도 같은 경우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떠난 캐나다 스키 여행. 우연히 그린 스케치 한 장 속 작은 꿈 하나가 긴 세월을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불같은 집념으로 한결같이 꿈을 좇아온 세월은 아니었다. 다만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소중하게 간직해 오면서 틈나는 대로 조금씩 현실로 만들었다”는 송 작가의 그야말로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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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캐나다에서 처음 그린 캐릭터 디자인. [사진 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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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작가는 1999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지인들과 음악포털 사이트를 만들기 위한 인터넷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 이름은 ‘인연이 돌고 돈다’라는 뜻의 ‘연환커뮤니케이션즈’. 이때부터 뭔가 인생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창업멤버 중 한 사람이 당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가수의 동생이었는데, 형과 함께 매니지먼트회사를 만들 계획이니 송 작가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고교시절부터 공연 일 꿈꿔


그는 고등학교 시절 해외 유명밴드들의 콘서트장을 찾았고, 모 신문사의 공연기획 과정 수업도 들었다. 국내 유명가수 공연을 돕는 스태프로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공연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와 선택이 어렵지 않았다. 이후 국내 유명 공연장, 공연기획사, 뮤지컬 회사 등을 거치며 경력과 인맥을 쌓았다.

10년 정도 쉴 새 없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잠깐 한숨 돌리기 위해 캐나다 위슬러로 두 달 동안 스키 여행을 떠났다. 워낙 스키 타는 것을 좋아해 신혼여행도 캐나다로 스키 여행을 갔던 송 작가였다. 스키어들에게 천국으로 통하는 위슬러의 눈 덮인 자연 속에서 그동안 숨어있던 창작 욕구에 불이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문득 눈 덮인 위슬러의 산을 배경으로 카메라와 시계가 ‘꿈의 대화’를 나누는 스토리라인이 떠올랐다. 잊어버리기 전에 스케치북을 꺼내 쓱쓱 스케치하고 줄거리를 쭉 적어나갔다. 예전부터 사진찍기를 보통의 취미 이상 수준으로 즐기던 터였다. 뮤지컬 등 공연 관련 일을 오래 하면서 쌓은 경험과 취미의 시간이 결합돼 순식간에 ‘포토스토리 - 카메라가 찍어주는 꿈 이야기’가 탄생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이 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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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스케치 했던 &#39;포토스토리&#39;의 한 장면. [사진 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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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와 포토 스튜디오를 오픈하기로 했다. ‘동화작가가 찍어주는 아기 사진’ 컨셉트의 베이비 전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포토스토리’를 완성해 출판하는 계획을 세우고, 부부의 성을 따서 이름을 ‘리송(leesong)’이라 정했다.

멀어지는 꿈


의욕이 앞섰을까. 취미로 사진을 찍는 것과 돈을 받고 고객의 사진을 찍어 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습작에 가까운 컨셉트 디자인과 출판을 위한 캐릭터 디자인은 더 차이가 컸다. 꿈은 저멀리 달아나고, 현실의 세계로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스튜디오 운영의 기초부터 배워나가기로 했다. 틈틈이 출판의 기초 또한 익혀야 했다. 포토스토리를 잘 만들기 위해서 스튜디오를 오픈했는데, 정작 4~5년 동안은 스튜디오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정도로 힘이 들었다.

열정은 큰소리를 치는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힘이라는 말이 있다. 『그릿』이라는 책에서는 ‘끝까지 해내는 열정적인 끈기’가 성공의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 밝히고 있다. 송 작가 또한 힘들고 지칠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다.

포기하지 않으니 생각지도 않은 도움이 기적처럼 찾아오는 것도 경험했다. 현재 스튜디오 건물로 사용하고 있는 예쁜 2층 주택도, ‘아트토이’ 기술을 배운 것도, 출판 경험 있는 후배의 도움도 모두 선물처럼 다가왔다. 드디어 10년 만에 ‘포토스토리’와 캐릭터 ‘뽀토’ 모두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최근에 출판을 위한 캐릭터 등록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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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업그레이드 된 캐릭터 &#39;뽀토&#39;. [사진 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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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태어난 &#39;포토스토리&#39;의 첫 장면. [사진 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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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작년에 그토록 꿈꾸던 몸짱 프로젝트에 성공하고 난 뒤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졸저 『몸이 전부다』에 ‘몸을 바꾸려고 했는데 인생이 바뀌었다’는 부제를 달았다. 많은 깨달음 중의 하나가 ‘중요한 전환점을 만나면 많은 것이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마워요 프로젝트’


송 작가 또한 요즘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한다고 한다. 10년 전 우연히 가슴에 품은 작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두어가면서 많은 사람에게 ‘감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돌려주고 싶은 생각에 ‘고마워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마운 사람과 함께 신청하면 무료로 사진촬영을 해주는 이벤트다. 많은 사람에게 호응을 얻으며 오히려 ‘고마워요’라는 인사를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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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고마워요&#39; 가족사진. [사진 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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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작가와 인터뷰를 마치면서 몇 년 전에 방송된 ‘꽃보다 청춘’이란 방송에서 작곡가 유희열 씨가 어린 시절 꿈이었던 ‘마추픽추’를 보고 나서 했던 감동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20대 때는 꿈이 있었어요. 7대 불가사의를 다 보고 죽을 줄 알았어요. 꿈이 사라졌던 거야. 많은 걸 포기했거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포기하지 않을 거야 이제.” 정신없이 바쁘게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꿈을 포기하거나 잊기 쉽다. 하지만 유희열 씨의 다짐처럼 포기하지 않으면, 송호근 작가의 고백처럼 잊지 않으면 꿈도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잊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제 꿈이 뭐냐고. ‘포토스토리’가 멋지게 빛을 보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대답을 하며 빙긋 웃는다. 필자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이미 저의 꿈은 이루어졌지요. 이제 ‘뽀토’의 꿈을 이루어 주고 싶어요.’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몸이 전부다』저자 jycy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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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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