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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Why] 제주도, 감귤농장 알바 구하려 전국 단위 채용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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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공개 모집… 수천명 몰려

道內선 인력 구하기 어렵자 숙식·비행기 표값까지 지원

조선일보

제주 서귀포 김철환씨 감귤 농장의 알바생들은 강원 태백에서 오기도 했다. 알바생들은 오전 8시부터 일을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일한다. /제주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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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따러 오시면 숙식은 물론이고 비행기표 값까지 지원해드려요."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김철환(47)씨는 올해 강원 태백시에서 온 알바생의 손을 빌려 귤을 땄다. 1만㎡ 규모 농장에 열린 귤을 딸 사람이 올해 72세인 노모와 김씨뿐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감귤 수확철은 11월 10일부터 12월 20일까지인데 이 사이에 감귤 나무 1000여 그루에 열린 귤을 전부 따야 한다. 재작년까지는 인력업체를 통해 인부를 구했지만 평년보다 귤이 더 많이 열린 작년에는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과실 수가 적지만 여전히 노모와 김씨 둘이서 일해선 기간 내에 귤을 딸 수 없다. 올해 내로 귤을 따지 못하면 냉해를 입어 1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김씨는 올해 제주도와 제주농협이 전국적으로 모집한 '귤 따기 알바'를 채용했다. 감귤 수확 일을 하면 일당 6만원에 숙식을 제공한다는 조건이다. 제주농협은 "10일 이상 연속 근무하면 편도, 20일 이상 연속 근무하는 알바생에게는 왕복 비행기표까지 제공하겠다"고 내걸었다. 현재까지 지원자가 3000명 이상 몰렸다. 김씨는 "제주도 안에서 귤 따는 사람을 구하기가 정말 어려운데 이렇게 쉽게 인력이 채워져서 고맙다"며 "올해는 계획대로 수확해 납품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 감귤 수확에 일손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과정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청 감귤진흥과 관계자는 "다른 작물의 경우 농사를 짓고 재배하는 과정 전부 혹은 일부에 기계를 동원할 수 있어 사람 손이 덜 필요하지만 감귤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작업이 손으로 이뤄진다"며 "감귤이라는 작물 특성상 기계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무에서 가위로 잘라내 귤 꼭지를 정리한 다음 크기별로 나누고 박스에 포장하는 과정 전부를 사람이 한다는 뜻이다.

제주에 개발 열풍이 불면서 감귤 수확할 일손들이 전부 도내 도시로 빠져나간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제주농협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그래도 20대들이 수확철에 아르바이트로 귤 따는 것 거들러 오곤 했는데 요즘엔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일하려고 한다"며 "20대는커녕 30대나 40대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제주도청 관계자도 "감귤 따는 일에는 여성들을 많이 쓰는데 도시에서 집안일 해주는 아주머니들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수확철에도 일손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도와 제주농협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면서까지 아르바이트를 모집한 것은 감귤 농장들이 스스로 제주도 밖에서 사람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농가는 총 3만1525곳으로, 농장주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다. 이들은 인력업체에 연락하는 방법 말고는 사람을 모집할 길을 찾기 어렵다. 어떤 농장주는 인터넷으로 '감귤 수확 체험'을 판매하는 방법으로 부족한 일손을 충당하기도 했다.

감귤 따기 알바 지원자 수천 명이 몰렸지만 농가의 고민은 남아있다. 한 감귤농장 주인은 "항공료와 숙식을 제공해 준다니까 제주도 관광할 겸 와서 일은 눈치 보면서 적당히 하려는 사람이 분명히 섞여있다"며 "감귤 수확이 그렇게 대충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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