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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Why] "유치원 1박2일 졸업여행 보내?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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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가 추세에 부모들은 불안

아이들 30명인데 교사는 2명 뿐

안 보내자니 마땅히 맡길 곳 없어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박유정(33)씨는 딸 지은(7)양 유치원 졸업여행을 앞두고 마음이 영 편치 않다. 편도 4시간 거리인 경주로 1박2일간의 일정이기 때문이다. 당일 여행으로 할 수 없느냐고 유치원에 문의했지만 "유치원 졸업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 겪는 헤어짐"이라며 "헤어짐이라는 슬픈 감정도 예쁜 기억으로 남겨주고 싶다"고 박씨를 설득했다. 같은 반 엄마들도 처음엔 반대했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초중고 수학여행이 사실상 사라져 친구들과의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 있다는 말에 대다수가 수학여행에 동의했다고 한다. 박씨는 "졸업여행을 보내지 않으면 휴가를 내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며 "여행을 보내긴 하지만 영 내키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치원 졸업여행이 장거리, 1박2일로 바뀌는 추세가 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이들 안전 문제가 신경 쓰이고, 보내지 말자니 아이 돌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한 사립 유치원에선 제주도 졸업여행을 계획해 학부모들에게 동의서를 받았고 부산 한 유치원에서는 서울로 졸업여행을 간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안전 문제가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초등학교 이상 각급 학교 수학여행에는 반드시 경찰관이 동행하지만 유치원은 예외다. 스무명 안팎인 유치원 한 반이 여행 갈 때 동반하는 보호자는 유치원 교사 2~3명에 불과하다. 어린 유치원생들이 장거리 여행을 떠나면 위험 요인이 크게 늘지만 교사나 보호자를 더 늘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 수원 한 유치원 교사는 "지금 일하는 선생님들만으로는 아이들 야외 활동할 때 통제가 어려워서 아르바이트 선생님을 몇 명 더 썼다가 왜 돈을 더 걷느냐는 학부모들 항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사고가 났을 때 보상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공립 유치원은 사고를 국가에서 보상해 주도록 규정돼 있지만 사립 유치원의 경우 여행 보험을 따로 들지 않는다면 별다른 보상책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임모(38)씨는 지난해 12월 아들을 1박2일짜리 유치원 졸업여행에 보냈다가 병원비 문제로 유치원과 몇 달간 얼굴을 붉혔다. 아들이 공원에서 뛰어놀다가 넘어져 턱이 찢어졌기 때문이다. 22바늘을 꿰맸고 상처가 깊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수차례 병원을 드나들었지만 유치원에서는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임씨는 "사립 유치원은 원비가 공립보다 서너 배 비싼데도 자신들의 보험으로 여행에서 일어난 사고는 보상이 안 된다고 하더라"며 "아이들 서른명을 달랑 교사 2명이 인솔하고 가니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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