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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논바닥서 물 퐁퐁 솟아… 이런 일 난생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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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흥해읍 농민 ‘액상화’ 목격 / 지진으로 땅 기울거나 균열로 발생 / “용흥동 야산 땅밀림 현상 액상화 탓 ”

“지진이 났을 때 저는 축사에 있었는데 시멘트 바닥이 갈라지더라고요.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있는데 동네 사람이 ‘논에서 물이 올라온다. 신기하다’고 소리치는 거예요. 가봤더니 논바닥에서 물이 퐁퐁 솟아올라오고 있더라고요.”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에서 농사를 짓는 허남곤(41)씨는 지난 15일 논바닥에서 저절로 물이 차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허씨의 논은 진원에서 남쪽으로 2㎞ 거리에 있는데, 관정 주변에 있는 논에서는 일제히 물이 올라왔다고 했다.

그는 17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논에서 물이 솟은 까닭은 ‘액상화’라고 불리는 현상 때문이다. 국내에서 지진으로 인한 액상화가 관측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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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17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천리 진앙 인근 논바닥에서 ‘액상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액상화는 강한 지진동에 의해 지반이 물러져 지하수와 함께 솟아오르는 것으로, 이번이 국내 첫 관측 사례다.포항=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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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화가 일어나 물이 차오른 논(왼쪽)과 일반 논.포항=하상윤 기자


액상화란 지진으로 땅에 물이 차 물렁물렁해지는 것을 말한다.

지진이 일어난 북구 같은 충적층(퇴적층)에는 토양과 물이 섞여 있다. 평소에는 둘의 비율이 균형을 이뤄 별 문제가 없지만 지진이 일어나 땅이 기울어지거나 균열이 생기면 한쪽으로 물이 쏠리게 된다. 그러면 물이 쏠린 쪽은 땅이 물반죽처럼 물렁물렁해지는 액상화가 일어나고 지하수가 지표로 솟아오른다.

물이 줄어든 반대편에서는 땅이 푸석푸석해져 액상화된 곳과 마찬가지로 평소보다 약한 상태가 된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지구과학교육)는 “액상화는 지진 규모에 관계없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경암지대에서 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에 실제 액상화가 일어난 적은 없다”며 “이번 포항 용흥동 야산에서 땅밀림이 일어난 것도 액상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재복 한국교원대 교수(지구과학교육)도 “강한 지진이 있으면 물이 갈라진 틈을 타고 올라와 남은 자리에서 침하가 일어난다”고 전했다.

윤지로, 포항=하상윤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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