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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비리 의혹' 전병헌 사퇴…정치권, 검찰발 '사정국면' 경계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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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정무수석 사퇴…문재인 정부 두번째 수석급 사의

전병헌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께 누를 끼쳐 참담한 심정"

정치권 "검찰발 '본격 사정 정국'의 정비작업 가능성"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사퇴했다. 검찰이 한국e스포츠협회 비리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9일 만이다. 그가 정무수석으로 된 지는 6개월 정도가 됐다.

중앙일보

16일 오전 한국e스포츠협회의 자금 유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앞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 표명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급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에 이어 새 정부 들어 두 번째다. 2017.11.16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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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자처한 전 수석은 10여초간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다 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는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정무수석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누를 끼치게 되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 수석은 “제 과거 비서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다시 한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저는 지금까지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e스포츠를 지원ㆍ육성하는 데 사심없는 노력을 해왔을뿐 그 어떤 불법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언제든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겠다”, “불필요한 논란과 억측이 하루 빨리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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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e스포츠협회의 자금 유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앞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사의 표명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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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수석의 사퇴는 이번 정부 들어 두번째 청와대 수석급의 낙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을 임명 13일만에 사실상 경질했다.

전 수석의 사퇴는 여성단체들의 반발을 산 김 전 수석과 달리 ‘비리 연루’라는 점에서 청와대 내에선 “상황이 심각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적폐 청산'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로선 고위직 인사의 비리 연루 의혹이 야당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국회 업무의 공백으로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과 예산안 처리 등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검찰이 전 수석에 대한 직접 수사 의지를 밝히면서 결국 정부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을 전 수석이 한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 내에서도 이번 사건의 결론이 무혐의나 ‘혐의 없음’으로 귀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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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관계자들이 7일 서울 상암동 e스포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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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와대가 전 수석의 측근들에 대한 체포와 구속 등의 검찰 수사 과정을 조국 민정수석이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청와대와 검찰간 갈등의 소지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청와대가 '개별 사건을 지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청와대와 검찰간 소통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백혜련 대변인이 “결정을 존중한다”는 짤막한 구두논평을 내놓은 것 외에 공식 반응은 자제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검찰이 전방위로 칼춤을 추는 것 같다”고 불쾌한 심정을 표했다. 또 다른 다선 의원도 “검찰이 내부의 불만 여론과 외부의 개혁 요구를 피해가기 위해 기획수사를 하려 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번 사퇴로 문재인 정부 실체의 일각이 드러났다”며 “물타기로 활용해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문재인 정부가 진정한 적폐청산을 위해 자신과 주변인에 대해서 더욱 엄중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검찰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특혜 없는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달라”고 가세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오직 진실함과 객관적 증거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야권에서도 이번 수사가 전방위 사정 정국의 사전정비작업일 가능성을 경계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당 의원은 "정치권에선 전 수석이 무너지면 사정 당국이 여야를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있다"며 "전 수석을 희생양으로 삼은 다음이라면 어디든 칼이 향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강태화ㆍ유성운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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