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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국가차원 '마이너스 통장'…물가·기업경쟁력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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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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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가 올 때마다 상대 통화를 꺼내 쓸 수 있는 협정으로, 외환보유액이 '적금' 성격이라면 통화스와프는 '마이너스 통장'에 비유할 수 있다.

16일 한국은행이 캐나다중앙은행과 원화·캐나다달러화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것은 유사시에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의 수를 늘렸다는 점에서 우리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다른 통화스와프 계약들이 한도와 만기가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 통화스와프는 사전에 최고한도를 설정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으며 만기도 특정하지 않은 '상설계약'이다. 다른 통화스와프와 달리 만기 갱신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기존 우리나라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이다. 이 중 기축통화가 없다는 점은 항상 불안 요소로 지적돼 왔다. 과거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과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나 만기가 지난 후 아직까지 협의가 재개되고 있지 않다.

캐나다 달러는 기축통화는 아니지만, 국제결제 시장 비율이 2%에 육박하며 5위를 차지할 만큼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통화라 이번 스와프 계약 체결은 의미가 깊다.

정부는 지난 2월 호주와의 통화스와프 계약 규모를 2배로 늘린 데 이어 지난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여파를 뚫고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에 성공했으며, 이번에는 캐나다와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유사시 쓸 수 있는 외환 규모를 대폭 늘리는 데 성공했다.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다. 현재 원화강세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이 연저점인 1100원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 소식이 전해지면 원·달러 환율이 연저점을 깨고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외환시장에 북한 리스크 재발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가운데, 안전망 확대로 인해 우려도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단 수출기업들에게는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까지의 누적 수출액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원화 강세가 수출 호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수출 확대를 주도하는 반도체·석유화학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과 수출시장에서 경쟁 중인 일본이 엔화 약세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얻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출과 달리 내수시장에는 긍정적 신호다. 수입물가가 하락하며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연중 2% 내외를 유지하다가 지난 달에야 1.8%를 기록하며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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