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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투쟁적인 신태용호의 변화, 스타들이 한 발씩 더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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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축구대표팀 기성용이 1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 평가전에서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2017.11.14. 울산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신태용호가 투쟁심을 지닌 팀으로 거듭난 것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한 발씩 더 뛰는 축구를 해준 덕분이다.

박지성, 이영표 등 2002 한·일 월드컵 세대가 대표팀에서 모두 떠난 뒤 한국 축구는 끝까지 투쟁하려는 기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급 다수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입상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고 해외 리그에 진출하며 부와 명예를 누리는 동안 태극마크에 대한 간절함이 사라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여기에 국내파 선수와의 갈등설까지 공공연히 나돌면서 팀 정신이 희미해졌다. 결과를 떠나 경기 자세에서 실망하는 팬이 늘어났다.

콜롬비아, 세르비아와 치른 A매치 2연전에서 태극전사들은 180도 다른 자세로 임했다. 한국 축구 특유의 ‘투혼 (鬪魂)’이 느껴졌다. 타이틀이 걸린 대회가 아니었음에도 한국 축구 위기의식을 선수단 전체가 공감하고 포지션별로 명확하게 자기 목표를 인지했다. 단기간에 자세가 달라진 데엔 간판급 스타들의 역할이 컸다. 아무리 코칭스태프가 정신적인 요소를 강조해도 결국 팀 분위기를 만드는 건 선수들의 몫이다. 동료들의 의존도가 높고 팀의 중심이 되는 베테랑이나 핵심선수가 스스로를 희생하고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

신태용호의 주장 기성용이 대표적이다. 과거 대표팀 막내 시절엔 여러 구설에 시달렸으나 위기 속에서 주장 완장을 단 그의 리더십은 큰 힘이 됐다. 지난 6월 무릎 수술 이후 한동안 경기를 뛰지 못했던 그는 최근 소속팀에 복귀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이번 2연전에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톱클래스 수준의 패스와 수비력을 뽐냈다. ‘비주얼스포츠’에 따르면 기성용은 콜롬비아전에서는 12.1㎞를 뛰어 팀 내 활동량 1위를 차지했다. 12㎞는 유럽 챔피언스리그나 월드컵에서도 최고 수준의 활동량에 해당한다. 과거 박지성이 ‘두 개의 심장’이란 별명으로 그라운드를 누빌 때 종종 12㎞ 수치를 기록한 적이 있다. 가뜩이나 무릎 상태가 온전하지 않음에도 그가 얼마나 처절하게 뛰었는지 느끼게 한다. 세르비아전에서도 공수를 오가며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해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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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상대 파울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고있다.



최전방 공격수로 2경기를 뛴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이전까지 측면에서 뛸 땐 제한된 공간에서만 움직이는 모습이 잦았다. 그러나 이번엔 전방을 책임지면서 활동폭이 커졌다. 수비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세르비아전에서 전반 16분 상대 골키퍼가 페널티박스를 벗어나 왼쪽에서 공을 잡았을 땐 반대편에서 전력 질주해 공의 진로를 방해했다. 발이 빨라도 반대쪽에서 달려가 공을 저지하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나 최전방에 선 손흥민의 적극성은 동료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전반 31분엔 손흥민과 투톱 파트너로 나선 구자철이 하프라인까지 달려가 태클로 상대 공을 빼앗는 장면도 나왔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지난 월드컵 최종 예선서부터 팀의 기둥인 혼다 게이스케, 가가와 신지를 벤치에 앉혔다.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에선 아예 선발하지 않았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투쟁심 부족’을 이유로 꺼냈다. 한국과 일본 모두 2000년대 들어 나란히 유럽파가 급증하고 대표팀의 중심이 됐으나 그만큼 부작용도 따랐다. 하지만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은 다르다. 한국은 스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희생하고 있으나 일본은 감독과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손흥민은 “경기장에서 상대보다 한 발 더 뛰어야 이길 수 있음을 나부터 강조하고 있다. 두 경기 잘했다고 방심하지 않고 더 강한 팀과 붙어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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